고객 120개사를 관리하면서 개인화할 수 없다는 죄책감

고객 120개사를 관리하면서 개인화할 수 없다는 죄책감

120개사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 오늘 아침 9시 23분. 고객사 '블루밍 필라테스'에서 문의가 왔다. "예약 시스템 화면에 저희 로고 넣을 수 있나요?" 나는 알고 있다. 이 업체가 5개월 전에 가입했다는 것. 월 3만원 플랜을 쓴다는 것. 그런데 몰랐다. 이 대표님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어떤 동네에서 운영하는지도. 120개사다. 내 SaaS를 쓰는 고객이. 2년 전 10개사였을 때는 달랐다. 각자 이름도 알고, 무슨 업종인지도 알고, 어떤 고민으로 가입했는지도 기억했다. 지금은 노션 데이터베이스 없이는 구분이 안 된다.템플릿 답변을 보낼 때마다 "안녕하세요, 윤솔로입니다. 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문장을 오늘 17번 복붙했다. 각 고객마다 다른 이야기를 써주고 싶다. "필라테스 회원 관리 힘드시죠? 저희 시스템이 도움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식으로. 근데 그러려면 오전이 다 간다. 오후에 개발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만들었다. '자주 묻는 질문' 노션 페이지. Ctrl+C, Ctrl+V. 효율적이다. 고객은 빠르게 답을 받는다. 나는 시간을 아낀다. 근데 죄책감이 온다. 이 사람은 내 SaaS에 매달 돈을 낸다. 3만원이든 5만원이든. 그 돈으로 나는 월세를 낸다. 근데 나는 이 사람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한다. 템플릿 답변을 보낸다. "효율"이라는 이름의 냉정함이다.스케일업 vs 관계 트위터에서 봤다. "1000명의 팬보다 100명의 진짜 팬이 낫다." 맞는 말이다. 근데 현실은 다르다. 120개사가 각각 월 3만원씩 내면 360만원이다. 30개사가 월 10만원씩 내도 300만원이다. 숫자상으론 비슷하다. 근데 30개사는 관리가 된다. 120개사는 안 된다. 나는 고민했다. '프리미엄 플랜 만들까?' 월 15만원. 1:1 세팅 도와주고, 매달 30분 컨설팅 전화하고. 근데 그러면 개발 시간이 더 없어진다. 결국 선택했다. 스케일. 더 많은 고객. 더 적은 관여. '셀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진짜 이유는 다르다. 내가 120명을 케어할 수 없다. 오늘 어떤 고객이 메일을 보냈다. "처음 가입했을 때 솔로님이 직접 전화 주셨는데, 요즘은 답장도 늦으시네요." 찔렸다. 2년 전 그 고객이다. 10개사 시절. 나는 모든 신규 고객에게 전화했다. "어떻게 쓰실 건지 들어보고 세팅 도와드릴게요." 지금은 온보딩 가이드 링크만 보낸다. 성장의 대가다. 개인화는 사치인가 어제 밤 11시. 유튜브로 Y Combinator 영상 봤다. "Don't do things that don't scale." 초기에는 고객 한 명 한 명 직접 만나라고. 근데 다음 영상은 달랐다. "Automation is key." 자동화하라고. 시간을 아껴라고. 모순이다. 나는 중간에 끼었다. 120개사는 '초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케일업' 단계도 아니다. 직원 0명인데 무슨 스케일업. 개인화는 사치가 됐다. 예전엔 고객 이름 불러가며 답장했다. "민수님, 헬스장 회원 늘어나셨다니 축하드려요!" 지금은 "고객님"이다. 노션에서 복붙한 답변이다. 죄책감의 정체는 이거다. 나는 '관계'를 팔고 싶었다. 근데 지금은 '시스템'을 팔고 있다. 고객은 숫자가 됐다. 새벽 3시의 변명 잠이 안 온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나쁜 창업가인가?" 아니다. 합리화한다. 120개사에 템플릿 답변 보내는 게 10개사에 개인 답변 보내는 것보다 낫다. 더 많은 사람이 도움받는다. 효율이 정의다. 근데 속으론 안다. 나는 그냥 시간이 없다. 혼자서 개발하고, CS하고, 마케팅한다. 개인화할 여유가 없다. '개인화'는 여유의 산물이다. 직원 있으면 다르다. "CS팀장님, 이 고객 특별히 챙겨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된다. 나는 혼자다. 내가 CS팀이고, 개발팀이고, 마케터다. 새벽 3시 25분. 노션 켰다. '고객 관리 아이디어' 페이지 만들었다. 분기마다 '고객 인터뷰' 5개사씩 생일 축하 자동 메일 (쿠폰 10%) 1년 넘은 고객에게 손편지적고 보니 또 죄책감이다. 이것도 '효율적 개인화'다. 진짜 개인화가 아니다. 시스템화된 친밀감이다. 트레이드오프를 인정하는 날 오늘 오후 2시. '블루밍 필라테스' 대표님께 답장 보냈다. "안녕하세요, 로고 커스터마이징은 엔터프라이즈 플랜(월 20만원)에서 가능합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별도 상담 도와드릴게요." 템플릿이다. 근데 마지막 줄을 추가했다. "5개월간 저희 시스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라테스 회원 관리에 도움 됐으면 좋겠어요." 5초 더 걸렸다. 노션에서 가입일 확인하고, 업종 확인하고. 120개사 다 이렇게는 못 한다. 근데 오늘 문의 온 5개사는 할 수 있다. 완벽한 개인화는 불가능하다. 근데 0%와 30% 사이엔 차이가 있다.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120명 모두를 깊이 알 수 없다. 근데 오늘 만난 5명은 조금 더 알 수 있다. 죄책감은 남는다. 근데 현실도 있다. 스케일과 인정. 둘 다는 못 가진다. 중간 지점을 찾는 수밖에. 혼자 하는 사람의 한계 트위터에 올렸다. "120개사를 한 명이 관리하면서 느끼는 거: 개인화는 사치가 아니라 자원의 문제다. 미안하다고 느끼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15분 만에 답글 12개 달렸다. "저도요, 고객 200명인데 이름 반도 몰라요." "팀 있어도 힘든데 혼자는 진짜..." "그래도 솔로님은 답장이라도 빨리 주시잖아요." 위로가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솔로프리너의 숙명이다. 모든 걸 할 순 없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오늘은 개발, 내일은 CS, 모레는 마케팅. 개인화는 그 틈새다. 직원 뽑으면 다를까? 아마 다르다. 근데 지금은 MRR 350만원이다. 인건비 낼 여유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분 나누기도 싫다. 혼자의 자유를 선택했다. 대가는 이거다. 120개사를 개인적으로 챙길 수 없다는 죄책감. 트레이드오프다. 받아들인다. 내일도 템플릿을 쓸 것이다 오늘 CS 17건 처리했다. 그중 5건은 개인화했다. 12건은 템플릿이다. 30% 개인화. 나쁘지 않다. 내일도 비슷할 것이다. 모레도. 120개사가 200개사 되면 더 낮아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시스템을 만든다. 120개사가 예약을 관리한다. 내 시스템으로. 그들의 고객은 수천 명이다. 간접적으로 나는 수천 명을 돕는다. 개인화는 못 해줘도, 작동하는 시스템은 준다. 완벽한 창업가는 없다. 혼자 하는 창업가는 더더욱. 죄책감은 계속될 것이다. 근데 일은 계속된다.120명 모두를 사랑할 순 없다. 근데 120명 모두가 쓸 시스템은 만들 수 있다.

주말은 남자친구와의 시간, 평일은 제 시간이 없어요

주말은 남자친구와의 시간, 평일은 제 시간이 없어요

금요일 밤 10시, 또 미안하다는 메시지 "오빠 미안, 고객사 CS 터졌어. 내일 브런치는 힘들 것 같아." 보내고 나서 한숨 나왔다. 이번 달만 세 번째다. 남자친구는 "괜찮아^^"라고 답했지만 괜찮을 리 없다. 나도 안다. 금요일 저녁 9시. 정상적인 연인이라면 데이트 약속 잡거나 영화 보러 갈 시간. 나는 노트북 앞에서 결제 오류 디버깅 중이다. 고양이만 옆에서 하품한다.솔로프리너 2년 차, 연애 2년 차. 둘 다 소중한데 둘 다 제대로 못 하는 기분이다. 주말은 남자친구 시간, 평일은 내 시간이 없다 토요일이 되면 나는 '일 안 하는 사람'이 된다. 노트북 덮고, 슬랙 알림 끄고, 고객 문의는 월요일에 답한다고 자동응답 켜둔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집중한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산책하고, 그의 회사 이야기 듣는다. 그는 대기업 마케터다. 야근해도 주말은 칼퇴다. 부럽다. "요즘 일은 어때?" 물으면 대충 "괜찮아, 바쁘지"라고 넘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가 이해 못 한다. MRR, CAC, 리텐션. 이런 단어들. 일요일 저녁 7시. 헤어질 시간이다. 그는 "이번 주도 화이팅"이라고 한다. 나는 웃으며 손 흔든다. 집 돌아오면 월요일 모드다. 밀린 CS 확인, 이번 주 개발 일정 체크, 트위터에 주간 빌딩 로그 정리. 주말이 끝났다. 아니, 내 주말은 일요일 밤 8시에 끝난다.평일은 어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니 토요일 새벽까지. 내 시간이라는 게 없다. 혼자 일하면 자유롭다고? 거짓말 "창업하면 자유로울 줄 알았어요." 솔로프리너 모임에서 다들 하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출퇴근 없고, 상사 없고, 회의 없고. 자유롭다. 맞다. 대신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 화요일 새벽 2시. 서버 다운 알림이 왔다. 일어나서 복구했다. 30분 걸렸다. 다시 잠들지 못했다. 수요일 오후 3시. 고객사에서 "긴급 기능 추가 가능한가요?" 원래 일정에 없던 일이다. 거절하면 이탈할 것 같다. 승낙했다. 이번 주 개발 일정 다 밀렸다. 목요일 저녁 8시. 남자친구한테 전화 왔다. "저녁 먹었어?" 안 먹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다. 라면 끓여 먹으며 코딩했다. "응, 먹었어." 거짓말했다. 금요일 밤 11시. 이번 주 목표 달성 못 했다. 다음 주로 미뤘다. 또 미뤘다. 언제 끝나나.자유는 맞다. 대신 쉴 자유가 없다. "언제 한번 만나자"가 3개월째 친구들이 모임 만들었다. 대학 동기들. "다음 주 금요일 7시 홍대" 카톡 왔다. "나는 힘들 것 같아ㅠ 다음에!" 보냈다. 세 번째다. 한 친구가 따로 메시지 보냈다. "너 요즘 왜 그래? 바빠도 너무 바쁜 거 아냐?" 뭐라 답할까 고민했다. "회사 다니는 게 아니라서 시간 관리가 어렵다"? "혼자 하니까 일이 끝이 없다"? "ㅇㅇ 미안 조만간 꼭 보자" 이렇게 답했다. 조만간이 언제인지 나도 모른다. 남자친구 친구들 모임도 비슷하다. "여자친구도 데려와" 초대받는다. 나는 못 간다. 평일 저녁 약속은 불가능하다. CS 터지면 어쩌나. 고객 문의 오면 어쩌나. 결국 남자친구 혼자 간다. "괜찮아, 다음에 와" 그가 말한다. 괜찮을 리 없다. 그의 친구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말에도 항상 둘이만 만난다. 그의 시간, 내 시간.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다. 우리 관계가 섬 같다. 사랑도 스케일업이 안 된다 고객사가 120개 넘었다. MRR 350만 원.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 뿌듯하다. 근데 연애는 스케일업이 안 된다. 시간을 쪼개면 쪼갤수록 품질이 떨어진다. 남자친구와 통화할 때, 한쪽 귀로는 슬랙 알림 듣는다. 데이트 중에도 핸드폰 계속 확인한다. "급한 거야?" 그가 묻는다. "아니야" 거짓말이다. 지난달에 싸웠다. 큰 싸움. "나한테 집중 좀 해줄래? 만날 때만큼은." 그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일이 그렇게 안 돌아가." 내가 답했다. "그럼 직원 뽑으면 되잖아." "돈이 어디 있어. 그리고 혼자 하는 게 편해."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해?" 할 말 없었다. 사실 그 순간만큼은 일이 더 중요했다. 고객사 이탈하면 매출 줄어든다. 그건 내 생존이다. 사과했다. 많이 했다. "내가 잘못했어. 노력할게." 근데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주말만 만난다. 여전히 평일엔 연락 뜸하다. 여전히 약속 미룬다. 투자받으면 달라질까 가끔 생각한다. 투자받으면 직원 뽑고, 나는 좀 숨 쉬고, 연애도 제대로 하고. 근데 투자 시작하면 더 바빠진다. 아는 선배가 그랬다. "투자받고 나서 더 못 쉬어. 투자자한테 보고해야 하고 성장 압박 있고." 그럼 직원 뽑으면? 관리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혼자 하는 게 편한 이유가 그거다. 설명 안 해도 되니까. 결국 이 구조는 안 바뀐다. 내가 바뀌지 않는 한. 남자친구는 말한다. "너 일 좀 줄여. 건강 망가진다." 맞다. 근데 못 줄인다. 고객사 한 곳이라도 이탈하면 불안하다. 매출 떨어지는 게 무섭다. 성장 안 하는 게 무섭다. 이게 솔로프리너의 딜레마다. 자유를 위해 시작했는데, 자유가 없다. 돈을 벌지만, 시간이 없다. 사랑하는데, 사랑할 여유가 없다. 주말 데이트, 평일 고독 일요일 저녁,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온다. 고양이가 반긴다. 노트북 켠다. 한 주가 시작된다. "이번 주는 덜 바쁠 거야. 약속 꼭 지킬게." 그에게 메시지 보낸다. 월요일 아침 9시. 고객 문의 37개 쌓였다. 이번 주도 바쁘다. 화요일 오후. 새 기능 개발 막혔다. 스택오버플로우 뒤진다. 밤 11시까지 걸렸다. 수요일 저녁. 남자친구한테 전화 왔다. "잘 지내?" 목소리 피곤해 들린다. 나도 피곤하다. "응, 잘 지내. 오빠는?" "나도. 이번 주말에 보자." "그래. 보자." 끊고 나서 생각한다. 우리 대화가 점점 짧아진다. 목요일 새벽 1시. 침대에 누웠는데 잠 안 온다. 생각한다. "이 관계 지속 가능한가?" 금요일 밤. 이번 주 CS 마무리했다. 개발 일정은 또 밀렸다. 남자친구한테 메시지 온다. "내일 몇 시에 만날까?" "11시 어때?" 답한다. "좋아. 푹 쉬어^^" 노트북 덮는다. 주말이다. 이틀은 그의 시간이다. 다섯 일은 내 시간이 아니다. 선택할 수 없는 것들 솔로프리너 트위터에 이런 글 봤다. "사업과 연애, 둘 다 잘하는 사람 있나요?" 댓글들 봤다. 대부분 "없다", "포기했다", "결혼 미뤘다". 한 명이 답했다. "둘 다 하려면 둘 다 70점 받아야 해요. 100점은 불가능." 70점. 받아들일 수 있나. 나는 완벽주의자다. 일도 100점 받고 싶고, 사랑도 100점 받고 싶다. 근데 현실은 일 80점, 사랑 50점이다. 그것도 간신히. 남자친구는 100점 줄 자격 있는 사람이다. 착하고, 이해심 많고, 기다려준다. 나는 그에게 50점밖에 못 준다. 미안하다.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산다. "다음엔 꼭", "이번 주는 좀 나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기다려달라고만 한다. 언제까지? 2년이 지나고 다음 주가 우리 사귄 지 2년이다. 기념일. "뭐 하고 싶어?" 그가 물었다. "오빠가 정해줘. 나 따라갈게." 사실 기념일에도 일정 비우기 쉽지 않다. 그날 고객 문의 오면? 긴급 이슈 생기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여행 갈까? 강릉." 망설였다. 2박 3일. 노트북 가져가야 하나. 아니면 정말 다 끄고 갈까. "좋아. 가자." 결정했다. 이번 한 번은 진짜 일 끈다. 고객들한테 공지 올린다. "11월 X일~X일 CS 불가, 긴급 이슈는 X일 이후 처리" 이렇게. 무섭다. 이틀 일 안 하면 무슨 일 생길까. 근데 안 하면 남자친구 잃을 것 같다. 트레이드오프다. 사업 성장 vs 관계 유지. 이번엔 관계를 선택한다. 답은 없다, 그냥 버틴다 솔로프리너 하면서 연애한다는 것. 쉽지 않다. 혼자 일하면 시간 자유롭다고? 거짓말. 24시간이 내 책임이다. 직원 있는 회사는 칼퇴근 가능하다. 나는?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남자친구는 이해한다고 한다. 근데 이해와 수용은 다르다. 언젠가 한계가 온다. 나도 한계다. 일도 하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다. 둘 다 놓치기 싫다. 답은 모르겠다.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까? 모른다. 직원 뽑으면 나아질까? 모른다. 투자받으면 달라질까? 모른다. 그냥 버틴다. 주말에 최선을 다해 그를 만난다. 평일엔 최선을 다해 일한다. 언젠가 균형 찾을 날이 올까. 오면 좋겠다.주말은 그의 것, 평일은 내 것도 아니다. 그래도 둘 다 놓지 않는다. 아직은.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라는 말이 나를 괴롭힌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라는 말이 나를 괴롭힌다

이 명언이 날 괴롭힌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아프리카 속담이라던데. 트위터에서 처음 봤다. 솔로프리너들 사이에서 계속 돈다. 볼 때마다 괴롭다. 나한테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라서. 2년 전 회사 그만두고 혼자 시작했다. PM으로 4년 일하다가 "내 서비스 만들어보자" 했다. 노코드로 예약 관리 SaaS 뚝딱 만들었다. 투자 안 받았다. 직원도 안 뽑았다. 지금 MRR 350만원. 고객사 120개. 혼자 했다. 전부. 개발, 마케팅, CS, 회계, 디자인(외주 빼고). 빨랐다. 정말 빨랐다. 의사결정 1초. 회의 0분. 기능 추가 하루면 끝. 고객 피드백 바로 반영. 그런데 요즘 생각한다. "이제 어디로 가지?"혼자의 속도 처음 6개월은 미쳤다. 하루 16시간 일했다. 주말 없었다. 명절도 일했다. 고객 10명 만들 때까지 석 달. 50명까지 반년. 100명까지 1년. 누가 뭐래도 빨랐다. 같은 시기 창업한 친구는 공동창업자랑 싸우느라 6개월 날렸다. 지분 나누고, 역할 정하고, 의견 조율하고. 나는 그 시간에 코드 짰다. 고객 문의 오면 10분 안에 답했다. 밤 11시에도. 새벽 2시에도. 나 혼자니까 가능했다. 기능 추가하고 싶으면 바로 했다. 회의 필요 없었다. 누구 설득할 필요 없었다. "이거 해볼까?" → "좋아, 해보자" → "완료" 1초 만에 결정. 하루 만에 배포. 속도는 정말 최고였다. 그런데. 지금 350만원에서 멈췄다.멈춘 이유 고객사 120개가 한계다. 더 늘리려면 뭐가 필요한가.영업 - 나 혼자 못 한다. 개발하면서 동시에 못 돌린다. CS - 고객 늘면 문의도 늘어. 지금도 하루 20건. 200개 되면 40건. 못 감당한다. 개발 - 큰 기능 추가하려면 한 달 걸린다. 그 한 달 동안 다른 건 멈춘다. 마케팅 - 콘텐츠 써야 하는데 시간 없다. 트위터만 겨우 한다.혼자서 빨리 왔다. 그런데 여기서 멈췄다. 더 가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알고 있다. 근데 못 뽑는다. 이유는 많다. 첫째, 돈. 직원 한 명 월 300만원이라 쳐도 MRR의 대부분이다. 내 월급 없어진다. 둘째, 관리. 나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남 관리하려면 내 시간 더 쓴다. 셋째, 지분. 공동창업자 들이면 지분 나눠야 한다. 내가 만든 건데. 넷째, 신뢰. 누구를 믿고 맡기나. 나만큼 할 사람 없다. 합리화다. 안다. 진짜 이유는 다르다. 무섭다.무서운 것들 혼자 일하는 게 익숙해졌다. 2년 동안 모든 결정을 내가 했다. 모든 일을 내가 했다. 실패도 내 책임, 성공도 내 몫. 이제 누군가랑 나누는 게 상상이 안 된다. 공동창업자 들이면?의견 다르면 어쩌지 일 안 하면 어쩌지 나중에 싸우면 어쩌지 지분 때문에 법적 분쟁 나면 어쩌지직원 뽑으면?관리 못 하면 어쩌지 내가 나쁜 대표면 어쩌지 월급 못 주면 어쩌지 해고해야 하는 상황 오면 어쩌지투자 받으면?투자자가 간섭하면 어쩌지 성장 압박 받으면 어쩌지 엑싯 강요당하면 어쩌지 내 회사가 내 회사 아니게 되면 어쩌지혼자가 편하다. 모든 게 내 통제 안에 있다. 변수가 없다. 예측 가능하다. 근데 그게 함정이다. 함정의 정체 성장이 멈췄다. 정확히는, 내 능력치만큼만 간다. 나는 개발 60점, 마케팅 50점, 영업 30점, CS 70점. 평균 52.5점짜리 회사다. 직원 뽑으면? 개발 80점 개발자, 마케팅 90점 마케터 데려오면. 회사는 평균 70점이 된다. 근데 안 뽑는다. 이유? 무섭고, 귀찮고, 돈 아깝고. 결과? 350만원에서 2년째 정체. "빨리 가려면 혼자." 맞다. 나 혼자 빨리 왔다. "멀리 가려면 함께." 맞다. 더 멀리 가려면 사람 필요하다. 근데 나는. 빨리 왔는데, 멀리는 못 가고 있다. 트위터에서 본 것들 솔로프리너 커뮤니티 있다. 다들 비슷하다. MRR 200~500만원 사이에 갇혀 있다. 어떤 사람은 5년째 혼자 한다. MRR 400만원. 안 늘어. 어떤 사람은 3년 만에 팀 5명 만들었다. MRR 3000만원. 차이가 뭔가. 용기. 사람 들일 용기. 통제 포기할 용기.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일 용기. 나한텐 없다. 아직. 그래서 답답하다. 남자친구가 한 말 지난주에 만났다. "너 언제까지 혼자 할 건데?" "일단 더 해보려고." "2년 전에도 그렇게 말했잖아." "..." "지금 350만원이면 나쁘지 않은데, 너 목표는 그게 아니잖아. 처음에 IPO 꿈꾼다고 했잖아." "알아. 근데 직원 뽑으면..." "뽑으면 뭐? 돈 없어? 300만원 월급도 못 줘? 넌 지금 350 벌잖아." "그게 다 내 월급인데..." "그러니까 성장을 안 하는 거지. 투자해야지. 직원한테." 맞는 말이다. 근데 못 한다. 진짜 문제 내가 문제다. 사업이 문제가 아니다. 시장도 아니다. 타이밍도 아니다. 나다. 혼자 하는 게 익숙해져서, 함께 하는 걸 상상 못 한다. 실패가 무서워서, 성공 가능성을 차단한다. 통제하고 싶어서, 성장을 포기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나는 빨리 왔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멈출 건가, 멀리 갈 건가. 최근 한 실험 한 달 전에 외주 디자이너한테 맡겼다. UI 개선 프로젝트. 내가 하면 2주 걸릴 일. 200만원 주고 맡겼다. 처음엔 불안했다. "내 돈 200만원이 날아가면 어쩌지."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면?" "내가 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근데 결과는. 5일 만에 끝났다. 퀄리티는 내가 한 것보다 3배 좋았다. 그 2주 동안 나는 개발에 집중했다. 새 기능 2개 추가했다. 고객 5개 더 늘었다. MRR 20만원 증가. 200만원 투자해서 20만원 늘었으니 손해 아니냐고? 아니다. 나는 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으로 더 중요한 일 했다. 이게 "함께"의 시작이다. 다음 단계 이번 달 안에 결정한다. CS 전담 파트타임 1명 뽑을 거다. 주 3일, 하루 4시간, 월 80만원. 고객 문의 20건 중 15건은 반복이다. 매뉴얼 만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나는 개발한다. 기능 추가한다. 매출 늘린다. 무섭다. 여전히. 관리 못 하면 어쩌지. 돈 낭비하면 어쩌지. 근데 안 하면 계속 350만원이다. 2년 후에도 똑같은 고민 하고 싶지 않다. 빨리와 멀리 사이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이 명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타이밍의 문제다. 처음엔 혼자 빨리 가야 한다. 맞다. MVP 만들고, PMF 찾고, 초기 고객 확보하고. 이건 혼자 해야 빠르다. 근데 어느 순간이 온다. 혼자서는 더 이상 못 가는 지점. 나는 지금 거기 와 있다. 인정하기 싫었다. 2년 동안. 이제 인정한다. 더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무서워도. 불편해도. 통제 못 해도. 마무리 못 하는 글 이 글을 쓰면서도 확신이 없다. "CS 파트타임 뽑는다"고 썼는데 진짜 뽑을까? 다음 주에 또 미룰까? 모르겠다. 다만 이건 확실하다. 이 명언은 나를 계속 괴롭힐 거다. 행동하기 전까지.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나는 빨리 왔다. 이제 멀리 갈 시간이다. 무서워도.채용공고 초안 작성 중. 올릴지는 모르겠다. 일단 써본다.

외주 디자이너 1명과의 협업만으로도 벅찬 이유

외주 디자이너 1명과의 협업만으로도 벅찬 이유

외주 디자이너 1명과의 협업만으로도 벅찬 이유 혼자 일하는 게 편했다 2년 동안 혼자 했다. 개발, 마케팅, CS, 디자인까지. 디자인은 피그마 템플릿 쓰고, 아이콘은 무료 사이트에서 긁어왔다. 못생겨도 작동하면 됐다. 고객들이 말했다. "기능은 좋은데 UI가..." 처음엔 무시했다. 근데 이탈률이 계속 올랐다. 첫 화면 보고 30초 만에 나가는 사람들. 가입 전환율 2.3%. 답이 없었다. 디자이너를 찾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글 올렸다. "SaaS 디자이너 구합니다. 프로젝트 단위. 예산 300만원." DM이 20개 왔다. 그중 한 명을 골랐다. 포트폴리오가 깔끔했다. 프리랜서 3년차. 소통 잘한다고 했다. 계약했다. 2개월 프로젝트. 랜딩페이지 리뉴얼, 대시보드 UI 개선. 시작은 좋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메일 교환. 노션 페이지 공유. 킥오프 미팅 잡았다.그때부터였다. 소통이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 몰랐다 첫 미팅. 1시간 30분. 나는 15분이면 될 줄 알았다. "이렇게 바꿔주세요. 레퍼런스는 이거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디자이너가 물었다. "타겟 고객이 누구예요?" "브랜드 톤앤매너는요?" "경쟁사 분석 자료 있나요?" "사용자 페르소나는 정리돼 있나요?" 멍했다. 2년 동안 그런 거 안 만들었다. 그냥 고객 문의 보고, 기능 만들고, CS 답하고. 그게 전부였다. 페르소나? 노션에 메모만 몇 개 있었다. "30대 소상공인", "예약 많은 곳", "엑셀 싫어함". 이게 다였다. "일단 이메일로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미팅 끝나고 3시간 동안 문서 만들었다. 타겟 고객, 핵심 기능, 사용자 여정. 처음 만드는 거였다. 혼자 일할 땐 필요 없었으니까. 다음 날. 디자이너가 질문 10개를 보냈다. 슬랙으로. "이 버튼의 우선순위는요?" "이 텍스트는 무슨 의도인가요?" "이 색상 팔레트 괜찮을까요?" 답장 쓰는 데 2시간. 개발하려고 했는데 못 했다. 고객 문의도 밀렸다. 저녁에 CS 답하면서 디자이너 슬랙도 확인했다. 또 질문 5개. 밤 11시에 답장 보냈다.혼자 일할 땐 이런 거 없었다. 결정은 나 혼자. 5초 만에 끝. "이게 나아" 하면 그게 정답. 누구한테 물어볼 필요 없었다. 근데 이제는 설명해야 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걸 말로 꺼내야 했다. "왜 이걸 원하는지", "어떤 의도인지", "우선순위가 뭔지". 2년 동안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기분. 피곤했다. 속도가 안 맞는다 나는 빠르게 일한다. 기능 하나 만드는 데 2일. 버그 고치는 데 1시간. 고객 피드백 오면 다음 날 배포. 이게 내 방식이었다. 빨리 만들고, 빨리 테스트하고, 빨리 고친다. 린 스타트업 방식. 디자이너는 달랐다. 첫 시안 나오는 데 1주일. "퀄리티를 위해 시간이 필요해요." 이해는 했다. 디자인은 그런 거니까. 근데 답답했다. 시안 받았다. 예뻤다. 확실히 내가 만든 것보다 100배 나았다. 근데 버튼 위치가 이상했다. "여기를 이렇게 바꿔주세요." 피드백 보냈다. "네, 수정본은 3일 후에 드릴게요." 3일? 나는 5분이면 바꿀 수 있는데. 코드로 치면 한 줄이었다. margin-top: 20px; 이게 전부. 근데 디자이너는 전체 레이아웃을 다시 본대. "일관성을 위해서요." 기다렸다. 3일. 수정본 왔다. 또 다른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색상이..." 피드백 보냈다. "3일 후에요." 이게 반복됐다. 한 달 동안 시안만 5번 왔다. 그 사이에 나는 기능 3개 만들고, CS 200건 처리하고, 블로그 글 5개 썼다. 디자이너는 아직 첫 페이지.화가 나진 않았다. 그냥 속도 차이였다. 나는 80점짜리를 10개 만드는 사람. 디자이너는 100점짜리를 1개 만드는 사람. 방식이 달랐다. 근데 내 일은 멈춰 있었다. 디자인 나올 때까지 대시보드 개발을 못 했다. 레이아웃이 바뀌니까. 미리 개발하면 나중에 다 갈아엎어야 했다. 2주 동안 손 놓고 기다렸다. 답답했다. 혼자 일할 땐 이런 거 없었다. 기다림이 없었다. 모든 게 내 속도였다. 결정권이 애매하다 혼자 일할 땐 간단했다. 내가 사장. 내가 결정. 끝. 근데 협업하니까 애매했다. 디자이너가 제안했다. "이 버튼을 여기로 옮기는 게 어떨까요? UX적으로 더 나을 것 같아요." 맞는 말이었다. 디자이너가 전문가니까. 근데 내 머릿속 로직이랑 안 맞았다. 개발 구조상 그 위치가 복잡했다. 코드를 전부 뜯어야 했다. "아, 개발이 어려워서요. 원래 위치로 하면 안 될까요?" "그럼 UX가 이상해져요. 사용자가 헷갈릴 수 있어요." 둘 다 맞는 말. 근데 누가 결정해야 하나. 나는 발주자니까 내 말대로? 아니면 전문가 의견 따라야 하나? 이런 대화가 한 달에 10번. 매번 고민했다. "내 의견 고집하면 디자이너 기분 나쁘나?", "디자이너 말만 따르면 내가 주도권 잃는 거 아닌가?" 결국 절충했다. 반은 내 방식, 반은 디자이너 방식. 근데 이것도 피곤했다. 혼자였으면 1초 만에 결정했을 걸. "내가 사장이니까 내 맘대로." 이게 편했다. 협업은 민주주의 같았다. 의견 조율, 합의, 설득. 독재가 훨씬 빨랐다. 피드백 주는 게 일이 됐다 디자이너가 시안 보냈다. "피드백 부탁드려요." 봤다. 예뻤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는데 불편했다. 혼자였으면 그냥 고쳤다. 5분 만에. 근데 이제는 설명해야 했다. "여기가 이상해요." 이렇게만 쓰면 안 됐다. 구체적으로 써야 했다. "이 버튼이 너무 커 보여요. 시선이 여기로만 쏠려요. 다른 요소들이 묻히는 느낌? 크기를 80%로 줄이고, 대신 색상을 조금 더 진하게 해서 균형을 맞추면 어떨까요?" 이거 쓰는 데 10분. 시안 3개면 30분. 근데 디자이너가 또 물었다. "80%는 예시인가요, 정확한 수치인가요?" "진한 색이 어느 정도예요? 레퍼런스 있을까요?" 답장 또 10분. 하루에 피드백만 1시간. 일주일에 7시간. 한 달에 28시간. 거의 4일치 작업 시간. 혼자 일할 땐 이런 시간이 없었다. 보고, 고치고, 끝. 설명할 필요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 내 손으로. 직통이었다. 근데 협업은 달랐다. 내 머릿속 → 말 → 텍스트 → 디자이너 이해 → 디자이너 해석 → 결과물 → 다시 피드백. 단계가 너무 많았다. 전달 과정에서 의도가 왜곡됐다. "그게 아니라..." 이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일정 관리가 복잡하다 나는 일정이 없었다. 오늘 기분 좋으면 개발 10시간. 피곤하면 CS만 2시간. 고객 긴급 이슈 오면 새벽 3시에도 일했다. 자유로웠다. 디자이너는 일정이 있었다. "이번 주는 다른 프로젝트가 있어서 금요일에만 작업 가능해요." "다음 주 수요일은 개인 사정이 있어요." 이해했다. 프리랜서니까. 나만 보는 게 아니니까. 근데 내 일정이랑 안 맞았다. 급하게 수정이 필요했다. 고객이 이탈하고 있었다. "이 버튼 색상이 안 보인대요. 바로 고쳐야 해요." 디자이너한테 슬랙 보냈다. "지금은 다른 일 하고 있어서, 내일 오후에 봐드릴게요." 내일? 지금 고객들이 나가고 있는데? 혼자였으면 5분 만에 고쳤다. 색상 코드 바꾸고 배포. 끝. 근데 디자이너 손 거쳐야 했다. 디자인 시스템 일관성 때문에. 멋대로 바꾸면 전체가 깨진대. 맞는 말이었다. 근데 답답했다. 미팅 잡는 것도 일이었다. "언제 시간 되세요?" "저는 이번 주 화, 목이요." "전 월, 수, 금인데..." 캘린더 5번 왔다갔다. 결국 2주 후로 잡혔다. 혼자 일할 땐 미팅이 없었다. 내가 나한테 물어보고 답했다. 즉시. 돈 계산이 스트레스다 계약서에 "프로젝트 300만원"이라고 썼다. 명확했다. 근데 작업하다 보니 애매했다. 중간에 스코프가 바뀌었다. 고객 피드백 받고 페이지를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디자이너한테 말했다. "이 페이지도 부탁드려요." "추가 페이지는 계약에 없었는데요. 추가 비용 발생해요." 당연한 말이었다. 근데 나는 깜빡했다. 혼자 일할 땐 "일 더 하기"가 그냥 시간 더 쓰는 거였다. 돈 계산 안 했다. 내 시간이니까. 근데 협업은 달랐다. 시간 = 돈. 명확했다. "이 페이지 추가하면 50만원이에요." 계산기 두드렸다. 예산 초과. 근데 이미 고객한테 약속했다. "다음 달에 출시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추가 비용 냈다. 수정도 그랬다. "수정 3회까지 포함"이라고 계약서에 썼다. 근데 세어봤더니 벌써 5회. 디자이너가 말 안 했지만 눈치 보였다. "또 수정이네..." 하는 표정. "이거 추가 비용 드려야 하나요?" "아뇨, 괜찮아요." 근데 괜찮은 것 같지 않았다. 다음 피드백 보낼 때 조심스러웠다. "너무 많이 요청하는 거 아닌가?" 혼자 일할 땐 이런 고민 없었다. 마음껏 고쳤다. 내 손이니까. 돈 때문에 눈치 보는 게 제일 싫었다. 결과물에 책임이 나뉜다 디자인 끝났다. 개발 끝났다. 배포했다. 전환율이 3.1%로 올랐다. 0.8%p 상승. 좋았다. 근데 목표는 5%였다. 왜 안 올랐을까? 디자인 문제? 개발 문제? 아니면 내 마케팅 문제? 혼자 일할 땐 명확했다. 안 되면 내 탓. 간단했다. 자책하거나, 고치거나. 둘 중 하나. 근데 이제는 애매했다. 디자이너한테 말하기도 그랬다. "디자인이 문제인 것 같아요." 이러면 기분 나쁘잖아. 근데 피드백은 해야 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버튼을 더 눈에 띄게 할 수 있을까요? 전환이 생각보다 안 올라서요." "디자인은 UX 원칙대로 했어요.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어요. 마케팅 메시지라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근데 답답했다. 누구 책임인지 모르니까 해결이 안 됐다. 혼자였으면 전부 내 책임. 디자인 갈아엎고, 개발 고치고, 마케팅 바꿨다. 한 번에. 근데 이제는 협의가 필요했다. "이거 고칠까요?" "추가 비용이..." "그럼 다음 달에..." 시간만 갔다. 결과가 안 좋을 때, 혼자가 편했다. 책임 소재 따질 필요 없으니까. 감정 노동이 생긴다 디자이너도 사람. 기분이 있었다. 피드백 받으면 기분 나빴다. 티는 안 냈지만 알았다. "네, 알겠습니다." 답장이 짧아졌다. 조심했다. "이 부분이 별로예요." 대신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포장했다. 돌려 말했다. 혼자 일할 땐 이런 거 없었다. "이거 별로네. 갈아엎자." 나한테 하는 말이니까 상처 안 받았다. 근데 이제는 달랐다. 말 한 마디에 신경 썼다. 칭찬도 해야 했다. "이 부분 정말 예쁘네요!" 진심이었지만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안 하면 디자이너가 서운해할 것 같아서. 한 번은 피드백을 너무 많이 줬다. 10개. 디자이너가 답장을 안 했다. 하루, 이틀. 사흘째 되던 날 메시지 왔다. "죄송해요, 감기 걸려서요." 진짜 감기였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이 요구해서 지쳤을까? 모르겠다. 근데 미안했다. 혼자 일하면 감기 걸려도 나만 힘들었다. 근데 협업하면 상대방 컨디션도 신경 써야 했다. "너무 무리한 요청 아닌가?", "스트레스 받는 건 아닌가?" 감정 노동이 생겼다. 나는 그냥 일만 하고 싶었는데. 내 기준이 흔들린다 2년 동안 내 방식으로 했다. "80점이면 충분해. 일단 배포." 이게 내 철학이었다. 완벽함보다 속도. 린 스타트업 방식. 디자이너는 달랐다. "이건 90점은 돼야 출시할 수 있어요." 퀄리티에 집착했다. 픽셀 하나 차이도 신경 썼다. 처음엔 내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다. "완벽주의는 독이야. 빨리 내놓고 피드백 받는 게 나아." PM 시절 배운 거였다. 근데 결과물 보니까 달랐다. 디자이너가 만든 거, 확실히 달랐다. 고객 반응도 좋았다. "UI 진짜 예쁘네요!", "전문적으로 보여요." 내 기준이 흔들렸다. '내가 틀렸나? 퀄리티가 더 중요한가?' 2년 동안 믿었던 게 흔들렸다. 협업하면서 제일 어려운 게 이거였다. 내 방식 vs 상대 방식. 뭐가 맞는지 몰랐다. 혼자였을 땐 내 방식이 곧 정답이었는데. 지금은 정답이 없었다. 둘 다 맞았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그럼 어떻게 판단해? 매번 고민했다. 혼자 일하면 신념이 명확했다. 근데 협업하면 흔들렸다. 불안했다. 그래도 결과는 좋았다 2개월 지났다. 프로젝트 끝났다. 배포했다. 전환율 5.2%. 목표 달성. 이탈률 40% 감소. 고객 만족도 상승. "UI 너무 좋아요!" 리뷰 10개 늘었다. MRR은 420만원. 70만원 올랐다. 디자인 비용 300만원. 5개월이면 회수. 나쁘지 않았다. 근데 솔직히? 피곤했다. 엄청. 2개월 내내. 혼자 했으면 이렇게 안 나왔을까? 아마. 내 손으로는 이 퀄리티 못 만들었다. 인정한다. 그럼 계속 협업할 거냐? 모르겠다. 다음 프로젝트는 혼자 하고 싶다. 쉬고 싶다. 설명하고, 기다리고, 조율하고, 피드백 주고. 이런 거 다 싫다. 그냥 내 손으로 빠르게 만들고 싶다. 80점짜리라도. 근데 또 UI 개선 필요하면? 디자이너 찾겠지. 결과가 좋으니까. 필요는 하니까. 협업은 이래. 필요하지만 피곤하다. 결과는 좋은데 과정이 힘들다. 1인 창업가의 딜레마. 혼자는 한계가 있다. 근데 함께는 피곤하다. 어정쩡하다. 답이 없다.혼자가 편한데, 혼자론 부족하다. 이게 제일 힘들다.

PM 4년차 경험이 1인창업에서는 독이 됐다

PM 4년차 경험이 1인창업에서는 독이 됐다

PM 4년차 경험이 1인창업에서는 독이 됐다 오늘 또 새벽 3시까지 일했다. 고객사 1곳 요청한 기능 하나 때문에. 스타트업 PM 4년 했다. 그게 자랑이었는데, 지금은 저주다. 완벽한 기획서를 쓰는 PM, 혼자서기능 하나 추가할 때마다 노션에 기획서를 쓴다. 유저 플로우, 와이어프레임, 예외 케이스. PM 시절 습관이다. 개발팀한테 전달하려면 이래야 했으니까. 근데 지금은 개발팀이 나다. 노션에 3시간 쓰고, 개발은 1시간. 말이 되나. 외주 디자이너한테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다. A4 3장짜리 디자인 가이드 보내고, 레퍼런스 20개 첨부하고, 톤앤매너 설명 1시간. 디자이너가 말했다. "대표님, 그냥 카톡으로 대충 말씀하셔도 돼요." 아, 맞다. 여긴 50명 회사가 아니라 나 혼자다. 회의록을 쓰는 사람은 나, 참석자도 나더 웃긴 건 회의록이다. 고객사랑 통화 끝나면 회의록 쓴다. 구글 밋 내용 정리해서 노션에 올린다. 액션 아이템, 담당자(나), 데드라인. 누가 보냐고? 아무도 안 본다. PM 시절엔 회의록이 증거였다. "제가 저번 회의에서 말씀드렸는데요~" 회의록 링크 슥 보내면 끝. 지금은? 회의한 사람 나, 회의록 쓰는 사람 나, 실행하는 사람 나. 그래도 쓴다. 안 쓰면 불안하다. 이게 PM 출신의 병이다. 리소스가 없는데 계획은 대기업급 월요일 아침마다 주간 계획을 짠다.신규 기능 3개 개발 마케팅 콘텐츠 5개 작성 고객사 온보딩 10곳 블로그 포스팅 2개 유튜브 영상 1개화요일 저녁, 하나도 안 끝났다. PM 시절엔 이 정도 계획 당연했다. 개발팀 5명, 디자이너 2명, 마케터 3명. 내가 할 건 기획이랑 조율뿐. 지금은 개발도 나, 디자인도 (외주 요청까지) 나, 마케팅도 나. 근데 머릿속 계획은 여전히 팀 10명 급이다. 매주 계획 세우고, 매주 실패하고, 매주 자책한다. "왜 이것밖에 못 했지?" 이것밖에가 아니라 이만큼이나 한 건데. 우선순위는 정했는데, 다 1순위PM 교육 받을 때 배웠다. "우선순위를 정하라." 잘한다. 너무 잘해. 월요일에 노션 보드 만들어서, P0(긴급), P1(중요), P2(보통) 나눈다. 수요일쯤 보면 전부 P0다. 고객사 CS? 긴급. 신규 기능 개발? 긴급. 마케팅 콘텐츠? 안 하면 성장 멈춤, 긴급. 버그 수정? 당연히 긴급. PM 시절엔 P0는 정말 긴급한 것만이었다. 서비스 다운, 보안 이슈, 대형 고객사 요청. 지금은? 전부 내가 안 하면 안 되니까 전부 긴급이다. 우선순위 정하는 게 무슨 의미냐고. 어차피 다 해야 하는데. 혼자 하면 빠를 줄 알았는데 PM 시절 제일 답답했던 게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개발자한테 설명하고, 디자이너랑 조율하고, 경영진한테 보고하고. "내가 그냥 다 하면 3배는 빠르겠다." 창업하고 나서 깨달았다. 천만의 말씀. 기획 1시간, 개발 5시간, 디자인 3시간, 배포 1시간. 혼자 하니까 10시간. PM 시절엔 동시에 돌아갔다. 내가 기획하는 동안 개발자는 개발, 디자이너는 디자인. 지금은 순차적이다. 하나 끝나야 다음 시작. 더 느리다. 훨씬. 피드백 줄 사람이 없다는 게 제일 무섭다 PM 시절 제일 좋았던 건 동료였다. "이 기능 이렇게 가는 거 어때?" "음,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5분 대화로 3시간 삽질을 막았다. 지금은?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실행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2주 개발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 이거 아닌데." 되돌릴 수 없다. 이미 2주 날렸다. 트위터에 물어본다. "이 기능 어떻게 생각하세요?" 답글 3개 달린다. 고맙지만, 우리 서비스 맥락을 모른다. PM 시절 동료들은 서비스를 이해했다. 컨텍스트가 쌓여 있었다. 혼자 창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리소스 부족이 아니다. 피드백 부재다. 완벽함을 포기하는게 제일 어렵다 오늘 배포한 기능, 버그가 2개 있다. 알고 있다. PM 시절이었으면 절대 안 냈다. QA 다시 돌리고, 버그 수정하고, 재배포. 지금은 냈다. 고객사가 기다린다. 버그 수정하려면 3일 더 걸린다. 3일 뒤엔 또 다른 긴급한 게 생긴다. "일단 내고, 빠르게 수정하자." PM 출신한테 이게 제일 힘들다. 완벽한 기획, 완벽한 QA, 완벽한 배포. 그게 자부심이었으니까. 지금은 완벽함이 사치다. 70점짜리 빠르게 10개 vs 95점짜리 천천히 3개. 전자가 답이다. 머리로는 안다. 가슴이 안 받아들인다. 배포 버튼 누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PM 경험이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PM 4년이 독이 됐다고 했지만, 전부 독은 아니다. 고객사 요구사항 듣고 본질 파악하는 능력. 우선순위 정하는 프레임워크 (비록 다 P0지만). 유저 플로우 그리는 속도. 배포 전 체크리스트. 이건 도움된다. 문제는 '규모'다. PM 스킬은 팀 10명 규모에 최적화돼 있다. 1인 창업은 팀 1명이다. 10명분 프로세스를 1명한테 적용하면 죽는다. 지금 배우는 중이다. 어떻게 줄일지. 노션 기획서 3시간 → 30분으로. 회의록 안 쓰기 (진짜 중요한 것만). 우선순위 P0/P1/P2 → 오늘/이번주/언젠가. 완벽함 95점 → 70점. PM 출신의 강점을 살리되, 1인 창업 맥락에 맞게 다운사이징. 쉽지 않다. 4년 습관이 2년 만에 바뀌겠나. 그래도 조금씩 나아진다. 혼자 한다는 건 PM이 아니라 창업가라는 것 가장 큰 깨달음은 이거다. PM은 '잘 만드는 사람'이다. 창업가는 '살아남는 사람'이다. PM 시절엔 제품 퀄리티가 전부였다. 완벽한 기획, 매끄러운 UX, 버그 제로. 창업하고 나서 알았다. 완벽한 제품보다 중요한 게 많다. 고객사 1곳이라도 더 확보하기. MRR 350만원을 400만원으로 올리기. 번아웃 안 오게 페이스 조절하기. 고객 CS에 빠르게 답하기. 제품은 70점이어도 된다. 고객이 만족하고, 돈을 내면. PM 마인드는 100점을 원한다. 창업가 마인드는 70점으로 살아남기를 원한다. 지금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PM 출신이라 70점에 만족 못 하지만, 창업가라서 100점 만들 리소스는 없다. 이 긴장 속에서 매일 일한다.PM 경력이 독이 된 건, 내가 아직 1인 창업가가 아니라 혼자 하는 PM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바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