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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120개사 됐는데 왜 혼자가 편해?

고객이 120개사 됐는데 왜 혼자가 편해?

고객사 120개인데 직원은 0명 MRR이 350만원 넘었다. 고객사가 120개다. 아침 9시에 일어나면 문의 메일이 15개쯤 와 있다. CS 채널에는 빨간 점 23개. 혼자 다 본다. 누군가는 묻는다. "이제 직원 뽑아야 하는 거 아냐?" 대답은 언제나 같다. "글쎄."직원을 안 뽑는 이유 1: 의사결정 속도 작년 11월이었다. 고객이 새 기능을 요청했다. "예약 취소 시 자동 환불 안 되나요?" 나는 그날 밤 12시까지 개발했다. 다음 날 아침 배포했다. 요청부터 배포까지 14시간. 고객은 놀랐다. "대박 빠르네요." 나도 놀랐다. "회사 다닐 땐 기획회의만 2주였는데." 직원이 있으면 이렇게 못 한다. "이 기능 넣을까요?" 물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맞나요?" 논의해야 한다. "리소스 배분은?" 조율해야 한다. 귀찮다. PM 4년 하면서 질렸다. 회의 지옥. 지금은 오전에 결정하고 오후에 만든다. 이 속도가 내 경쟁력이다. 직원을 안 뽑는 이유 2: 문화 유지 내 회사 문화는 간단하다. "고객이 원하면 바로 만든다." CS 답변은 24시간 안에. 긴급하면 1시간 안에. 이게 내 방식이다. 직원을 뽑으면 이걸 강요해야 한다. "밤 10시에도 답변해 주세요." "주말에도 모니터링 부탁드려요." 말이 안 된다는 거 안다. 나는 내 회사니까 밤새도 괜찮다. 하지만 직원한테는 못 시킨다. 그러면 문화가 무너진다. CS 답변이 느려진다.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다.직원을 안 뽑는 이유 3: 지분과 돈 현실적으로 계산해 봤다. 개발자 연봉: 5000만원 디자이너 연봉: 4000만원 운영 담당: 3500만원 합계: 1억 2500만원. 내 연매출은 4200만원이다. 말이 안 된다. "그럼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은요?" 좋은 사람은 안 온다. 경험상. 실력 있는 개발자는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7000만원 받으면서. 내가 줄 수 있는 건 지분이다. "초기 멤버로 10% 줄게요." 근데 10% 주기 싫다. 솔직히. 혼자 2년 버티면서 만든 건데. 투자도 안 받고, 외주비도 아끼면서, 밤새면서 만든 건데. 10%는 크다. 미래에 회사가 10억짜리가 되면 1억이다. 그 사람이 그만큼 기여할까? 모르겠다. 그런데 외롭다 역설이다. 직원 안 뽑아서 자유롭다. 그런데 외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다. 커피 마시면서 "어제 배포 잘됐어요?" 물어볼 사람이 없다. 점심 먹으면서 "이 기능 어떻게 생각해요?" 논의할 사람이 없다. 저녁에 "오늘 고생했어요" 할 사람이 없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개발하고, 혼자 배포한다. 기쁠 때도 혼자다. 작년 12월, MRR이 300만원 넘었을 때. 와인 한 병 샀다. 혼자 마셨다. 고양이한테 말했다. "야옹아, 우리 300 넘었어." 고양이는 하품했다.트위터가 유일한 동료 요즘은 트위터에 산다. "오늘 신규 가입 3건" "CS 처리 시간 평균 2시간으로 단축" "새 기능 배포 완료" 올리면 반응이 온다. "축하해요!" "대단하시네요" "저도 솔로프리너인데 응원합니다" 이게 유일한 대화다. 동료가 아니다. 알고 보면. 그냥 인터넷에 사는 사람들이다. 얼굴도 모른다. 근데 이게 내 팀이다. 웃긴 일이다. "함께 하실래요?" 메시지 한 달에 2~3번 온다. "관심 있는 분야라 메시지 드렸어요.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대부분 거절한다. 이유는 간단하다.실력을 모른다. 오래 할지 모른다. 일하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근데 가끔 진짜 좋은 사람도 있다. 포트폴리오 보면 잘한다. 메시지 보면 진정성 있다. 그래도 답 못 한다. "같이하면 편할 것 같은데." "근데 자유를 잃을 것 같은데." 이 고민이 3일 간다. 결국 안 한다. 혼자의 한계 사실 안다. 한계를. 고객사 120개 넘어가면서 느낀다. CS가 밀린다. 답변이 늦어진다. 개발 속도가 느려진다. 다른 일이 많아서. 마케팅을 못 한다. 시간이 없어서. 이러다 성장이 멈출 것 같다. 작년 같으면 "혼자도 되는데?"였다. 지금은 "혼자는 안 되는데?"다. 벽이 보인다. 결국은 트레이드오프 정리하면 이거다. 혼자:의사결정 빠름 문화 유지됨 지분 100% 외로움 성장 한계팀:의사결정 느림 문화 흔들림 지분 나눔 덜 외로움 성장 가능성무엇을 선택할까. 아직 모르겠다. 120개사일 때는 혼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150개사 되면 다를 것 같다. 200개사 되면 확실히 다를 것 같다. 그때 가서 생각한다. 지금은 혼자가 편하다 솔직히 말하면. 직원을 안 뽑는 건 능력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다. "이 사람 믿어도 될까?" "3개월 후에도 있을까?" "내 방식을 이해할까?" 확신이 없다. 그래서 혼자 한다. 외롭지만 안전하다. 불편하지만 통제된다. 혼자가 편하다. 진짜로.고객이 늘수록 외로움도 는다. 이 역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직 답이 없다.

아프면 회사가 멈춘다. 그래서 나는 감기에 걸린 채로 일한다

아프면 회사가 멈춘다. 그래서 나는 감기에 걸린 채로 일한다

아프면 회사가 멈춘다. 그래서 나는 감기에 걸린 채로 일한다 목요일 새벽 4시, 열이 38.5도 목이 칼로 긋는 것처럼 아팠다. 어제 저녁부터 몸이 이상했다. 으슬으슬하더니 밤새 열이 올랐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흘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타이레놀을 찾았다. 없었다. 핸드폰을 켰다. 슬랙 알림 7개. 카톡 문의 3개. 이메일 12개. "예약 시스템이 안 돼요. 급합니다." 목요일 아침 9시 오픈하는 요가 스튜디오 고객사였다. 지금 6시간 후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노트북을 켰다. 감기에 걸렸다는 건 1인 회사에서는 재난이다.혼자 회사를 하면 백업이 없다 2년 전 퇴사할 때 이 부분을 생각 못 했다. 회사 다닐 때는 아프면 연차 냈다. 아무도 뭐라 안 했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갔다. PM이 없으면 다른 PM이 회의에 들어갔다. CS 팀이 고객 문의를 받았다. 지금은 내가 회사다. 개발자도 나. 마케터도 나. CS 담당도 나. 대표도 나. 한 명이 쓰러지면 전부 멈춘다. 고객사 120개가 내 SaaS를 쓰고 있다. 예약 관리 시스템이다. 요가 스튜디오, 필라테스, 헤어샵, 네일샵. 다들 영업 시간에 예약을 받는다. 시스템이 다운되면 그들의 하루 매출이 날아간다. 내가 아프든 말든 상관없다. 고객의 예약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픈 채로 일한다. 2년간 제대로 쉰 날: 5일 노트북 히스토리를 확인했다. 창업 후 730일. 노트북을 안 켠 날은 5일이었다. 설날 1일. 추석 1일. 작년 12월 남자친구랑 제주도 간 날 3일. 제주도 때도 새벽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CS 확인했다. 완전히 쉰 건 아니다. 주말도 없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문의가 온다. "일요일인데 예약이 안 잡혀요." "토요일 오후인데 시스템 오류 같아요." 답한다. 10분 안에. 안 그러면 불안하다. 환불 요청 들어올까봐. 나쁜 리뷰 올라올까봐. MRR 350만원. 이게 내 생계다. 월세 70만원. 건보료 20만원. 카드값 50만원. 외주 디자이너비 30만원. 남는 게 180만원.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아프다. 그래서 쉴 수가 없다.감기 걸린 날의 타임라인 오전 9시 타이레놀 먹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요가 스튜디오 예약 시스템 버그 수정. 30분 걸렸다. "해결됐어요! 감사합니다🙏" 답장 안 했다. 목이 너무 아팠다. 오전 11시 약국 갔다. 5분 거리. 종합감기약 샀다. 귀가. 핸드폰 확인했다. 문의 2개. "결제가 안 되는데요?" "환불 어떻게 하나요?" 침대에 누워서 답했다. 결제는 PG사 일시 오류였다. 환불은 정책 안내했다. 오후 2시 라면 끓여 먹었다. 반만 먹고 버렸다. 입맛이 없었다. 몸이 축 늘어졌다. 노트북 다시 켰다. 개발 일정 밀렸다. 이번 주에 배포하기로 한 신규 기능. 못 할 것 같았다. 트위터에 썼다. "감기 걸렸는데 일해야 되는 게 1인 회사의 현실." 좋아요 38개. 댓글 7개. "쉬세요ㅠㅠ" "나도 작년에 독감 걸려서 일주일 망했어요." "혼자 하면 리스크 관리가..." 알고 있다. 다들 안다. 하지만 쉴 수가 없다. 오후 5시 낮잠 잤다. 2시간. 일어나서 핸드폰 봤다. 문의 5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오후 3시부터 결제가 안 돼요." "예약 목록이 안 보여요." 서버 오류였다. AWS 비용 자동결제 실패. 카드 한도 초과. 미친. 노트북 열고 카드 바꿔서 결제했다. 서버 복구. 20분 걸렸다. 고객사들한테 하나하나 답했다. "일시적 오류였습니다. 복구 완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답장 12개. "확인했어요." "다음부턴 조심해주세요." "괜찮아요^^" 한 명이 환불 요청했다. 3개월 구독권. "믿을 수 없네요. 환불 부탁드립니다." 환불해줬다. 9만원. 침대에 누웠다. 울고 싶었다. 밤 11시 저녁은 안 먹었다. 노트북 열어서 밀린 개발 작업 조금 했다. 1시간. 더 이상 못 하겠어서 껐다. 내일도 이럴 것 같았다.치과 예약을 세 번 미뤘다 작년 10월에 치과 가기로 했었다. 사랑니 발치. 예약하고 전날 취소했다. 고객사에서 긴급 문의가 들어왔다. 11월에 다시 예약했다. 또 취소했다. 신규 기능 배포일이었다. 12월에 세 번째 예약했다. 이번엔 갔다. 대기실에서 노트북 켰다. 핫스팟 켜서 작업했다. "윤솔로님?" 간호사가 불렀다. "잠깐만요. 5분만요." 고객 문의 답변 중이었다. 간호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봤다. 알고 있다. 이상해 보인다는 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발치하는 동안은 핸드폰 못 봤다. 30분. 끝나고 바로 확인했다. 문의 3개. 다 답했다. 입에서 피 나는 채로. 집에 오자마자 거울 봤다. 입술에 피 묻어 있었다. 노트북 자판에도. 웃겼다. 이게 내 삶이구나. "그럼 직원 뽑으면 되잖아요" 남자친구가 말했다. "왜 혼자 해. 사람 한 명만 뽑아도 되잖아." 안 된다. 직원 뽑으면 월급 줘야 한다. 최소 250만원. 4대보험 포함하면 300만원. 지금 내 MRR이 350만원이다. 순이익 180만원. 직원 뽑으면 내가 남는 게 없다. "그럼 더 키워." 어떻게? 지금도 혼자서 개발, CS, 마케팅 다 한다. 더 키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 쓰려면 일을 덜어야 한다. 일 덜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순환논리다. "투자 받으면 되잖아." 지분 나누기 싫다. 2년 혼자 굴렸다. 내 회사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투자 받으면 보고해야 한다. 설명해야 한다. 성장 압박 받는다. 지금도 힘든데 그런 스트레스까지 더하고 싶지 않다. "그럼 계속 혼자 할 거야?" 모르겠다. 솔직히 모르겠다. 리스크 관리라는 게 없었다 창업 초기엔 생각 못 했다. '내가 아프면?' 이런 거. 일단 만들고 보자. 고객 확보하자. 돈 벌자. 그것만 생각했다. 실제로 돈이 벌렸다. 고객이 늘었다. MRR이 올랐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늘었다. 고객사 120개. 다들 나를 믿고 쓴다. 내 시스템으로 예약을 받는다. 내가 쓰러지면 그들도 멈춘다. 백업이 없다. 대체 인력이 없다. 비상 연락망도 없다. 그냥 나 하나. 작년 여름에 배탈 났을 때가 최악이었다. 3일간 화장실에서 살았다. 탈수 올 뻔했다. 그 3일 동안도 CS 답했다. 화장실에서. 핸드폰 들고 변기에 앉아서 "네 확인하겠습니다" 타이핑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바꾸지 못했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랐다. 트위터에서 본 다른 솔로프리너들 나만 이런 게 아니었다. 트위터 인디해커 커뮤니티 보면 다들 비슷하다. "독감 걸려서 3일 못 일했더니 MRR 10% 떨어짐." "병원 입원했는데 노트북 들고 들어감ㅋㅋ" "휴가가 뭔가요? 모르는 단어네요." 웃프다. 다들 혼자 한다. 다들 쉬지 못한다. 다들 아프면서 일한다. 어떤 사람은 대안을 만들었다. "CS 챗봇 도입했어요. 80% 자동화." "파트타임 VA 고용. 주 10시간만. 월 50만원." "고객사한테 아예 말함. '혼자 합니다. 응답 느릴 수 있어요.'" 마지막 거 솔직해서 좋았다. 나도 해볼까 싶었다. 하지만 무섭다. 고객 이탈할까봐. 결국 안 했다. 계속 혼자 버틴다. 지금 이 순간도 이 글 쓰면서도 슬랙 켜놨다. 알림 2개 왔다. "내일 예약 확인 문자가 안 가는 것 같아요." "결제 영수증 재발급 부탁드려요." 답해야 한다. 5분 후에. 이 문단 끝내고. 몸은 여전히 안 좋다. 타이레놀 효과 떨어졌다. 다시 열 오르는 것 같다. 내일 병원 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전엔 못 간다. 고객사 화상 미팅 있다. 신규 기능 시연. 오후에 가야지. 가서도 핸드폰은 켤 거다. 대기실에서 작업할 거다. 진료받는 10분 빼고는. 언젠가는 바꿔야 한다 알고 있다. 이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 2년은 버텼다. 5년은 못 버틴다. 큰 병 걸리면 끝이다. 입원하면 회사 망한다. 사고 나면? 끝. 번아웃 오면? 끝.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바꿀 수가 없다. 돈 문제. 시간 문제. 믿고 맡길 사람 없는 문제. 다 얽혀 있다. 그래서 일단 버틴다. 오늘도. 내일도. 아프면서.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이렇게 힘든데 왜 후회 안 하냐고. 회사 다닐 때가 더 편했을 거 아니냐고. 맞다. 그땐 더 편했다. 아프면 쉬었다. 주말엔 일 안 했다. 월급은 고정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이 더 좋다. 내가 만든 걸 쓰는 사람이 120명이다. 그들이 돈을 낸다. 내 제품이 그들의 일을 돕는다. 회사 다닐 땐 그런 거 못 느꼈다. PM이었지만 결정권 없었다. 만들고 싶은 거 못 만들었다. 회의만 했다. 지금은 내 맘대로 한다. 만들고 싶은 거 만든다. 고객 피드백 바로 반영한다. 어제 받은 의견 오늘 배포한다. 이 속도감이 좋다. 그래서 아파도 한다. 힘들어도 한다. 언젠가는 바뀔 거다. 직원 뽑을 수도 있다. 투자 받을 수도 있다. 아니면 계속 혼자 할 수도 있다.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버틴다. 감기 걸려도.내일 병원 다녀와서 또 일할 거다. 어차피 쉴 수 없으니까.

부트스트래핑 2년, 투자를 거절한 이유

부트스트래핑 2년, 투자를 거절한 이유

부트스트래핑 2년, 투자를 거절한 이유 그 이메일이 왔을 때 아침 9시. 메일함을 열었더니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투자 관련 논의 요청 드립니다." 처음엔 스팸인 줄 알았다. 우리 같은 조그만 서비스에 무슨 VC가. 근데 아니었다. 실제 투자사. 이름 들어본 곳. 시리즈 A 이상만 한다는 그 회사. "MRR 성장률 좋더라. 한번 만나서 얘기해보자."심장이 두근거렸다. 2년 동안 혼자 키운 회사. 누가 알아봐 준 적 없었는데. 트위터에 올려도 좋아요 몇 개. 그런데 투자사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남자친구한테 전화했다. "어떡해. VC에서 연락 왔어." "대박. 만나봐. 이게 기회지." 근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만나면 혼들릴 거라는 걸. 첫 미팅, 그리고 숫자들 홍대 카페. VC 두 명이 왔다. 노트북 펴고 질문 시작. "현재 MRR이요?" "350만원이요." "고객 이탈률은?" "월 5% 정도요." "CAC는?" "거의 안 들어요. 입소문이랑 SEO로." 메모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뭔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좋네요. 우리가 3억 투자하면, 1년 안에 MRR 3천 달성 가능할 것 같은데요?" 3천. 지금의 거의 10배. "어떻게요?" "개발자 2명, 마케터 1명 뽑으세요. 영업도 시작하고. 그럼 속도 나죠."들으면서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3억 받으면 지분 20% 정도 줘야겠지. 밸류에이션 15억 정도로 잡으면. 그럼 내 지분 80%. 들리는 건 좋았다. 팀 생기면 나도 좀 쉴 수 있겠지. 밤 11시에 오는 CS도 누가 대신 받아주고.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근데 뭔가 걸렸다. "투자 받으면, 목표 MRR 못 맞추면 어떻게 돼요?" "그땐... 네, 좀 힘들죠. 다음 라운드가 어려워지니까." 아. 그거구나. 혼자 일하는 게 편한 이유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지금 내 하루. 9시 기상. 씻고 거실 책상 앞에 앉으면 10시. 이메일 체크하고, CS 답장하고, 개발 시작. 점심은 배달. 오후 내내 코딩. 저녁에 SNS 돌리고, 블로그 쓰고. 밤에 유튜브 보면서 새 기능 구상. 피곤하냐고? 당연히 피곤하다. 주말도 없다. 아프면 회사가 멈춘다. 휴가는 꿈도 못 꾼다. 근데 이게 좋다.누구한테 보고 안 해도 된다. 뭘 만들지 내가 정한다. 고객이 "이 기능 좋네요"하면 바로 다음 날 만들어준다. 회의 없다. 일정 조율 없다. 그냥 노션에 적고 만들면 끝. 이게 2년 동안 350만원을 만든 이유다. 빠르게 움직였으니까. 고객 피드백을 3일 안에 반영했으니까. 투자 받으면? 직원 뽑으면? 이게 다 사라진다. "팀장님, 이 기능 언제까지 만들까요?" "이번 주 스프린트에 뭐 넣을까요?" "월요일 오전 회의 괜찮으시죠?" 상상만 해도 답답하다. 지분을 나눈다는 것 VC가 말한 대로 20% 준다고 치자. 3억 투자 받고. 지금 회사는 100% 내 거다. 뭘 해도, 어떻게 해도, 내 결정. 망해도 내 책임. 잘돼도 내 몫. 근데 20% 나눠주는 순간, 달라진다. 분기마다 보고한다. 목표 MRR 못 맞추면 설명한다. "왜 성장이 더딘가요?" "마케팅 비용 ROI가 왜 이래요?" "다음 라운드 준비는요?" 그리고 중요한 결정할 때마다 투자사 눈치 본다. "이 기능 만들까요?" "이 방향으로 피벗할까요?" 내 회사인데 내 마음대로 못 한다. 트위터에서 봤던 창업가 이야기가 떠올랐다. 시리즈 B 받고 나서 한 말. "투자사가 3개 들어오니까,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데 3주 걸렸어요. 예전엔 3시간이면 결정했는데." 3시간이 3주가 된다. 이게 투자의 댓가다. 나는 3시간이 좋다. 작은 회사의 장점 MRR 350만원. 연 매출 4200만원. 크지 않다. 직원 한 명 월급도 안 된다. 근데 이게 다 내 거다. 세금 떼고, 비용 빼면 실수령 300만원 정도. 혼자 살기엔 충분하다. 여유롭진 않아도 굶진 않는다. 무엇보다, 부담 없다. 고객사 120개. 한 달에 2~3개씩 이탈한다. 속상하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다. 새 고객이 5개 들어오면 된다. 이게 MRR 3천이면? 고객사 1000개면? 이탈 관리만 해도 풀타임 1명 필요하다. CS 담당 또 필요하고. 서버 비용 올라가고. 사무실 얻어야 하고. 그럼 직원 월급 줘야 한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 500만원. 무조건 벌어야 한다. 못 벌면 내 돈에서 메꿔야 한다. 지금은? 망해도 나만 아프다. 밥값은 나온다. 부모님 손 안 벌린다. 이 자유가 좋다. 빠른 성장 vs 지속 가능성 투자사가 원하는 건 성장이다. 빠른 성장. 1년에 10배. 3년에 100배. "유니콘 될 수 있어요." 유니콘. 들으면 가슴 뛴다. 나도 사람인데 욕심 없겠나. 근데 현실을 안다. 유니콘 되는 회사 몇 개나 되나. 투자 받은 스타트업 100개 중에 10개가 살아남으면 다행이다. 나머지 90개는? 망한다. 망할 때 제일 힘든 건 직원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라던데. 투자금 다 날리고, 월급 못 줘서, 정리해고 통보하는 거. 나는 그거 못 한다. 성격상 못 한다. 차라리 지금처럼 작게 가는 게 낫다. MRR 350만원에서 500만원, 500만원에서 800만원. 천천히 올라간다. 2배씩 성장 안 해도 된다. 매년 30%씩만 커도 5년 후면 괜찮은 회사 된다. 그리고 그 5년 동안 나는 번아웃 안 온다. 직원 스트레스 없다. 투자사 눈치 안 본다. 이게 내 속도다. 그날 저녁, 답장 VC한테 답장 썼다. 고민 2주 했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가보려고요." 보내고 후회했다. 3억이다. 3억. 평생 못 볼 돈일 수도 있다. 근데 그 순간 가슴이 편해졌다. 뭔가 무거운 게 내려간 느낌. 남자친구가 물었다. "진짜 거절했어? 나중에 후회 안 해?" "모르지. 근데 지금은 이게 맞는 것 같아." 트위터에 올렸다. "투자 제안 거절했습니다. 부트스트래핑 계속 갑니다." 댓글 10개 달렸다. 다 비슷했다. "용기 있네요." "부럽습니다." "혼자 가는 게 진짜 힘든데." 힘들다. 맞다. 근데 이게 내 길이다. 2년 차의 현실 지금 통장 잔고 2400만원. 비상금으로 모은 거. 6개월 치 생활비. 이게 내 안전망이다. 투자금 3억 대신 내가 모은 2400만원. 작지만 이건 진짜 내 돈이다. 돌려줄 필요 없다. MRR은 천천히 오른다. 작년 이맘때 250만원이었으니까 40% 성장. 유니콘 속도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고객들이 가끔 물어본다. "직원 몇 명이세요?" "저 혼자요." "헐, 진짜요? 이걸 혼자 다 만드셨어요?" "네." 그럴 때 뿌듯하다.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이 서비스는 100% 내가 만들었다. 코드 한 줄 한 줄, 디자인 하나하나, 마케팅 콘텐츠 전부. 외주 디자이너 빼면 다 내 손. 투자 받고 팀 꾸리면 이 느낌 사라진다. "우리가 만들었다"가 된다. 나쁜 건 아니다. 근데 나는 "내가 만들었다"가 좋다. 혼자의 한계 물론 한계는 있다. 명확하다. 새 기능 만드는 데 3주 걸린다. 팀 있으면 1주면 된다. 고객 요청 10개 중에 2개만 처리한다. 나머지는 "죄송합니다, 우선순위가..." 마케팅도 약하다. 블로그 쓰고, 트위터 하는 게 전부. 유료 광고는 ROI 안 나와서 안 한다. 영업은? 꿈도 못 꾼다. 경쟁사는 벌써 팀 10명. 투자 받았다. 기능 빨리 나온다. 고객도 빠르게 늘어난다. 가끔 불안하다. '나 너무 느린 거 아냐?' '이러다 도태되는 거 아냐?' 근데 다시 생각한다. 그 회사, 3년 후에 살아있을까? 번아웃으로 대표가 나가떨어지진 않을까? 나는 3년 후에도 여기 앉아서 코딩하고 있을 거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거북이가 토끼 이긴다고 했다. 나는 거북이 쪽이다. 투자 없이 성장하는 법 혼자서 MRR 350만원 만든 방법. 간단하다.고객 말 듣기. 매일 듣기. 요청 바로 반영. 빠르게 출시. 완벽 기다리지 말기. 무료로 시작. 가치 느끼면 유료 전환. SEO에 올인. 블로그 매주 1개. 트위터 빌딩 인 퍼블릭. 과정 공유.돈 거의 안 들었다. 서버비 월 30만원. 도메인, SaaS 도구들 합쳐서 10만원. 디자인 외주 월 50만원. 총 고정비 90만원. MRR 350만원에서 빼면 순이익 260만원. 여기서 세금 내면 200만원 정도 남는다. 적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보다 훨씬 적다. 근데 나는 사표 안 써도 된다. 출퇴근 안 한다. 회의 없다. 상사 눈치 안 본다. 이 자유가 200만원보다 값지다. 만약 다시 그 제안이 온다면 1년 후, 2년 후, 또 투자 제안 올 수 있다. MRR 1000만원 넘으면 분명 온다. 그때도 거절할까? 모르겠다. 그땐 또 다를 수 있다. 혼자의 한계가 명확해질 수도 있고.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할 수도 있고. 근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 투자 받으면 내가 원하는 회사 못 만든다. 작고 느리고 지속 가능한 회사. 유니콘 아니어도 되는 회사. 나 하나 먹고사는 회사. 이게 내 목표다. 거창하지 않다. "세상을 바꾸겠다" 이런 거 없다. 그냥 고객 120명한테 도움 되는 서비스 만들고, 나는 먹고살고, 그게 전부. 투자사는 이해 못 한다. "목표가 너무 작다"고 할 거다. 근데 나한텐 이게 크다. 충분히 크다. 오늘의 MRR 어제 새 고객 2개 들어왔다. 월 4만원짜리 요금제. MRR 8만원 증가. 작다. 엄청 작다. 근데 이게 쌓인다. 하루에 8만원씩 365일이면 연 2920만원. MRR로 치면 240만원 증가. 이런 식으로 2년 키웠다. 하루에 고객 1~2개씩. 천천히. 투자 받았으면? 한 달에 고객 50개씩 목표 잡았을 거다. 달성 못 하면 스트레스. 달성해도 다음 달 목표 더 높아진다. 나는 하루에 2개로 충분하다. 이게 내 속도니까. 창업가 친구의 말 작년에 만난 친구. 같이 창업했던 사람. 시리즈 A 받았다. "요즘 어때?" "미치겠어. 투자사가 자꾸 목표 올리래. 이번 분기 MRR 2억 찍으래." "할 만해?" "모르겠어. 팀원들 번아웃 오고 있고. 나도 주말에 쉬는 거 2달째 못 했어." "그래도 돈은 많이 벌잖아." "응. 근데 내 돈 아니야. 다음 라운드 못 받으면 다 물거품이야." 그 친구 요즘 안 만난다. 너무 바쁘다고. 나는 주말에 남자친구 만난다. 카페 가서 수다 떤다. 영화 본다. 평범한 일상. 누가 더 성공한 건지 모르겠다. 친구는 시리즈 A, 나는 부트스트래핑. 회사 가치로 치면 친구가 이겼다. 근데 삶의 질로 치면? 글쎄. 나는 오늘 점심에 낮잠 잤다. 부트스트래핑의 미래 5년 후 목표. MRR 1500만원. 연 매출 1.8억. 유니콘? 아니다. 근데 나 혼자 먹고살기엔 충분하다. 여유롭게 산다. 여행도 간다. 부모님 용돈도 드린다. 그리고 여전히 혼자다. 직원 안 뽑았다. 외주 디자이너랑 개발자 가끔 쓴다. 그게 전부. 회사는 여전히 100% 내 거다. 지분 하나도 안 나눴다. 이게 내가 꿈꾸는 회사다. 작지만 건강한.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투자를 거절한 진짜 이유 결국 이거다. 나는 유니콘 만들고 싶지 않다. 큰 회사 안 부럽다. 팀 10명, 20명 이끄는 거 무섭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내 속도로 살고 싶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출근이 싫지 않은 삶. 고객 메일 읽을 때 설레는 일. 투자 받으면 이게 사라진다. 일이 의무가 된다. 고객이 숫자가 된다. 나는 그게 싫다. 그래서 거절했다. 3억을. 후회하냐고? 가끔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근데 오늘 아침, 거실 책상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노트북 켤 때, 생각했다. '아, 오늘도 내 맘대로 할 수 있구나.' 이 느낌이면 충분하다.작은 회사도 괜찮다. 느려도 된다. 내 속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