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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스트래핑
- 03 Dec, 2025
노코드로 SaaS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사실일까
노코드로 SaaS 만들기, 2년 해본 솔직 후기 노코드로 SaaS 만들 수 있냐고? 만들 수 있다. 나도 했으니까. 근데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잖아. '돈 버는 제품'을 만들 수 있냐는 거지. 스케일업할 수 있냐는 거고. 기술적 한계에 막히지 않냐는 거고. 2년 돌려봤다. MRR 350만원. 고객사 120개. 직원 없이 나 혼자. 답은 "Yes, but..."이다. 시작: 코딩 못 해도 만들었다 2022년 5월. 퇴사했다. PM으로 4년 일했는데 개발자들한테 부탁만 하는 게 지겨웠다. '내가 직접 만들면 안 될까?' 코딩은 못 했다. HTML도 제대로 못 썼다. 근데 Bubble이라는 노코드 툴을 알게 됐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웹앱 만드는 거.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이딴 걸로 진짜 제품을 만들어?" 근데 튜토리얼 보면서 하루 만에 간단한 예약 시스템 프로토타입 만들었다.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팠다. 유튜브, 공식 문서, 포럼. 한 달 만에 MVP 완성. 지인 미용실 3곳한테 무료로 써보라고 했다. "이거 되네?" 첫 피드백.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첫 6개월: 빠른 검증 노코드의 최대 장점. 속도다. 아이디어 → 프로토타입 → 검증. 이게 일주일 안에 돌아간다. 개발자 구하고 스펙 짜고 백로그 쌓는 시간 제로. 2022년 6월에 베타 오픈했다. 가격은 월 29,000원. "너무 싼가?" 싶었는데 고객이 없으니까 싸게라도 시작해야 했다. 첫 유료 고객. 네일샵 사장님. 송금 알림 뜰 때 손 떨렸다. 29,000원인데 100만원처럼 느껴졌다. 3개월 만에 고객 15개. MRR 43만 5천원. 혼자 먹고살기엔 부족했지만 "이거 되는 거 같은데?"라는 느낌은 왔다. 핵심은 피드백 루프였다. 고객이 "이 기능 있으면 좋겠어요" 하면 그날 저녁에 만들어서 다음날 배포. 개발사 다닐 땐 상상도 못 할 속도. 고객이 놀랐다. "어제 말한 게 오늘 됐어요?" 이게 노코드 창업의 무기다. 기술적 한계: 분명히 있다 6개월 지나니까 벽이 보였다. 첫 번째 벽. 성능. 고객사가 50개 넘어가면서 데이터베이스 쿼리가 느려졌다. Bubble은 자체 DB를 쓰는데 복잡한 검색이나 대량 데이터 처리에 약하다. 해결책: 외부 DB 붙이기. Supabase(PostgreSQL 기반)를 API로 연결했다. Bubble 프론트엔드, Supabase 백엔드. 이것도 노코드로 가능하다. 근데 이 시점부터 SQL은 알아야 한다. 두 번째 벽. 커스터마이징. 고객이 "우리 회사 ERP랑 연동해주세요" 하면 막힌다. Bubble은 웬만한 API 연결은 되는데 복잡한 로직은 플러그인 만들어야 한다. 그게 코딩이다. 외주 개발자한테 맡겼다. 150만원 주고 커스텀 플러그인 하나 만들었다. 이때부터 "100% 노코드"는 아니게 됐다. 세 번째 벽. 모바일 앱. Bubble은 웹 기반이다. 반응형 웹으로 모바일에서도 쓸 수 있지만 네이티브 앱은 아니다. 고객들이 "앱스토어에서 다운받고 싶어요" 한다. FlutterFlow(노코드 앱 빌더)로 껍데기 앱 만들고 Bubble API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근데 난 안 했다. 유지보수가 두 배로 늘어나니까. "웹으로 쓰세요. 홈화면에 추가하면 앱처럼 됩니다." 고객 10%는 이탈했다. 나머지 90%는 수긍했다.스케일링 한계: 여기까지다 싶은 순간 고객사 100개 넘어가니까 느꼈다. "이제 혼자는 안 되겠구나."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다. 나였다. CS가 하루 20건. 오전엔 답장만 쓴다. 개발할 시간이 없다. 새 기능 업데이트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었다. 고객이 묻는다. "결제 모듈 언제 붙여요?" "캘린더 뷰 언제 나와요?" "엑셀 내보내기는요?" 다 만들고 싶다. 근데 손이 두 개다. 하루가 24시간이다. 노코드의 한계가 아니라 솔로프리너의 한계다. 두 번째 문제. 인프라 비용. Bubble 요금제가 월 $115(약 15만원). 고객 늘수록 용량 추가로 더 낸다. Supabase는 월 $25. Zapier로 자동화 돌리니까 월 $50. 이메일 발송 Sendgrid 월 $20. 합치면 한 달에 30만원. MRR의 거의 10%. 코딩으로 직접 만들면 서버비만 내면 되는데 노코드는 SaaS 구독료를 계속 낸다. "AWS 배우고 직접 만들까?" 고민했다. 근데 그러면 3개월 개발에 묶인다. 그 사이 고객 이탈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 결론: 지금은 버틴다. MRR 1000만원 넘어가면 그때 마이그레이션 고려한다. 세 번째 문제. 채용. 직원 뽑고 싶다. CS 담당자라도. 근데 노코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다. "Bubble 할 줄 아세요?" 물으면 다들 "그게 뭔데요?" 한다. 개발자 뽑자니 노코드 제품 보고 "이거 제대로 된 거 아닌데요" 한다. 결국 못 뽑고 있다. 혼자 버틴다. 번아웃 온다. 그럼에도 노코드를 추천하는 이유 한계 다 말했다. 근데 다시 선택해도 노코드 한다. 왜? 속도. 아이디어를 3일 안에 검증할 수 있다. 실패해도 일주일 날린 거다. 코딩으로 3개월 날리는 것보다 낫다. 자유. 개발자 눈치 안 본다. 디자이너 일정 안 맞춘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바로 한다. 비용. 초기 투자 거의 제로. Bubble 무료 플랜으로 시작했다. 첫 고객 생기고 나서 유료 전환. 부트스트래핑에 최적화다. PMF 찾기.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버리고 빠르게 피벗. 노코드 아니면 불가능한 속도다. 2년 만에 MRR 350만원. 많다고? 아니다. 근데 혼자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다. 투자 한 푼 안 받고. 직원 없이. 이게 노코드의 진짜 가치다.현실적 조언: 이럴 때 노코드 하지 마라 노코드가 만능은 아니다. 이런 경우엔 걍 코딩 배워라. 실시간 처리 필요하면. 주식 거래, 게임, 실시간 채팅. 노코드로 못 만드는 건 아닌데 지연 있다. 밀리초 단위로 반응해야 하면 개발자 구해라. 대용량 데이터 다루면. 수백만 건 데이터 처리? 노코드 DB로는 버벅인다. 처음부터 PostgreSQL 직접 만져야 한다. 보안이 핵심이면. 금융, 의료. 노코드 플랫폼 믿는 것보다 직접 서버 관리하는 게 낫다. 규제 문제도 있다. 복잡한 알고리즘 있으면. 추천 엔진, AI 모델, 복잡한 계산. 노코드로 프론트는 만들어도 백엔드는 코딩 필요하다. 팀 규모가 크면. 10명 넘는 개발팀? 노코드는 협업 도구가 약하다. Git도 없다. 버전 관리 지옥 온다. 반대로 이럴 땐 노코드가 답이다. MVP 빠르게 만들 때. 투자 받기 전 검증용. 내부 도구 만들 때. 회사 어드민, 대시보드. 굳이 개발자 쓸 필요 없다. B2B SaaS 작은 규모. 내 케이스. 고객 수백 개까지는 문제없다. 콘텐츠 중심 서비스. 커뮤니티, 예약 시스템, 간단한 마켓플레이스. 2년 후 계획: 마이그레이션 vs 올인 요즘 고민이다. 선택지 1: 노코드 버리고 개발자 구해서 처음부터 재개발.장점: 성능, 커스터마이징, 채용 쉬워짐 단점: 6개월 개발 시간, 비용 5000만원+, 리스크 큼선택지 2: 노코드 기반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코딩.장점: 안정적, 비용 적음, 계속 빠르게 움직임 단점: 스케일 한계, 기술 부채 쌓임선택지 3: 지금 회사 그대로 유지하고 새 제품 노코드로 또 만들기.장점: 리스크 분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단점: 분산된 집중력, 두 배 일아직 결정 못 했다. MRR 500 넘어가면 선택지 1. 400대에서 정체되면 선택지 3. 지금은 선택지 2로 버틴다. 확실한 건, 노코드 없었으면 시작도 못 했다는 거다. 결론 아닌 결론 노코드로 SaaS 만들 수 있냐? 있다. 돈 버냐? 번다. 한계 있냐? 있다. 그래도 할 거냐? 한다. 코딩 못 해도 아이디어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혼자서도 고객 100명 만들 수 있다. 투자 없이도 MRR 만들 수 있다. 완벽한 제품 아니어도 된다. 고객 문제 해결하면 된다.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배우면 된다. 노코드는 도구다. 망치로 집을 지을 순 없지만 책장은 만들 수 있다. 내 사업은 책장이다. 그거면 됐다. 지금 이 글 읽고 "나도 해볼까?" 싶으면 해봐라. Bubble 무료 계정 만들고 튜토리얼 하나 따라 해봐라. 하루면 된다.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된다. 맞으면 계속하면 된다. 나는 계속한다.MRR 400 찍으면 치킨 먹는다.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