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고객

고객 120개사를 관리하면서 개인화할 수 없다는 죄책감

고객 120개사를 관리하면서 개인화할 수 없다는 죄책감

120개사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 오늘 아침 9시 23분. 고객사 '블루밍 필라테스'에서 문의가 왔다. "예약 시스템 화면에 저희 로고 넣을 수 있나요?" 나는 알고 있다. 이 업체가 5개월 전에 가입했다는 것. 월 3만원 플랜을 쓴다는 것. 그런데 몰랐다. 이 대표님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어떤 동네에서 운영하는지도. 120개사다. 내 SaaS를 쓰는 고객이. 2년 전 10개사였을 때는 달랐다. 각자 이름도 알고, 무슨 업종인지도 알고, 어떤 고민으로 가입했는지도 기억했다. 지금은 노션 데이터베이스 없이는 구분이 안 된다.템플릿 답변을 보낼 때마다 "안녕하세요, 윤솔로입니다. 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문장을 오늘 17번 복붙했다. 각 고객마다 다른 이야기를 써주고 싶다. "필라테스 회원 관리 힘드시죠? 저희 시스템이 도움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식으로. 근데 그러려면 오전이 다 간다. 오후에 개발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만들었다. '자주 묻는 질문' 노션 페이지. Ctrl+C, Ctrl+V. 효율적이다. 고객은 빠르게 답을 받는다. 나는 시간을 아낀다. 근데 죄책감이 온다. 이 사람은 내 SaaS에 매달 돈을 낸다. 3만원이든 5만원이든. 그 돈으로 나는 월세를 낸다. 근데 나는 이 사람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한다. 템플릿 답변을 보낸다. "효율"이라는 이름의 냉정함이다.스케일업 vs 관계 트위터에서 봤다. "1000명의 팬보다 100명의 진짜 팬이 낫다." 맞는 말이다. 근데 현실은 다르다. 120개사가 각각 월 3만원씩 내면 360만원이다. 30개사가 월 10만원씩 내도 300만원이다. 숫자상으론 비슷하다. 근데 30개사는 관리가 된다. 120개사는 안 된다. 나는 고민했다. '프리미엄 플랜 만들까?' 월 15만원. 1:1 세팅 도와주고, 매달 30분 컨설팅 전화하고. 근데 그러면 개발 시간이 더 없어진다. 결국 선택했다. 스케일. 더 많은 고객. 더 적은 관여. '셀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진짜 이유는 다르다. 내가 120명을 케어할 수 없다. 오늘 어떤 고객이 메일을 보냈다. "처음 가입했을 때 솔로님이 직접 전화 주셨는데, 요즘은 답장도 늦으시네요." 찔렸다. 2년 전 그 고객이다. 10개사 시절. 나는 모든 신규 고객에게 전화했다. "어떻게 쓰실 건지 들어보고 세팅 도와드릴게요." 지금은 온보딩 가이드 링크만 보낸다. 성장의 대가다. 개인화는 사치인가 어제 밤 11시. 유튜브로 Y Combinator 영상 봤다. "Don't do things that don't scale." 초기에는 고객 한 명 한 명 직접 만나라고. 근데 다음 영상은 달랐다. "Automation is key." 자동화하라고. 시간을 아껴라고. 모순이다. 나는 중간에 끼었다. 120개사는 '초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케일업' 단계도 아니다. 직원 0명인데 무슨 스케일업. 개인화는 사치가 됐다. 예전엔 고객 이름 불러가며 답장했다. "민수님, 헬스장 회원 늘어나셨다니 축하드려요!" 지금은 "고객님"이다. 노션에서 복붙한 답변이다. 죄책감의 정체는 이거다. 나는 '관계'를 팔고 싶었다. 근데 지금은 '시스템'을 팔고 있다. 고객은 숫자가 됐다. 새벽 3시의 변명 잠이 안 온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나쁜 창업가인가?" 아니다. 합리화한다. 120개사에 템플릿 답변 보내는 게 10개사에 개인 답변 보내는 것보다 낫다. 더 많은 사람이 도움받는다. 효율이 정의다. 근데 속으론 안다. 나는 그냥 시간이 없다. 혼자서 개발하고, CS하고, 마케팅한다. 개인화할 여유가 없다. '개인화'는 여유의 산물이다. 직원 있으면 다르다. "CS팀장님, 이 고객 특별히 챙겨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된다. 나는 혼자다. 내가 CS팀이고, 개발팀이고, 마케터다. 새벽 3시 25분. 노션 켰다. '고객 관리 아이디어' 페이지 만들었다. 분기마다 '고객 인터뷰' 5개사씩 생일 축하 자동 메일 (쿠폰 10%) 1년 넘은 고객에게 손편지적고 보니 또 죄책감이다. 이것도 '효율적 개인화'다. 진짜 개인화가 아니다. 시스템화된 친밀감이다. 트레이드오프를 인정하는 날 오늘 오후 2시. '블루밍 필라테스' 대표님께 답장 보냈다. "안녕하세요, 로고 커스터마이징은 엔터프라이즈 플랜(월 20만원)에서 가능합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별도 상담 도와드릴게요." 템플릿이다. 근데 마지막 줄을 추가했다. "5개월간 저희 시스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라테스 회원 관리에 도움 됐으면 좋겠어요." 5초 더 걸렸다. 노션에서 가입일 확인하고, 업종 확인하고. 120개사 다 이렇게는 못 한다. 근데 오늘 문의 온 5개사는 할 수 있다. 완벽한 개인화는 불가능하다. 근데 0%와 30% 사이엔 차이가 있다.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120명 모두를 깊이 알 수 없다. 근데 오늘 만난 5명은 조금 더 알 수 있다. 죄책감은 남는다. 근데 현실도 있다. 스케일과 인정. 둘 다는 못 가진다. 중간 지점을 찾는 수밖에. 혼자 하는 사람의 한계 트위터에 올렸다. "120개사를 한 명이 관리하면서 느끼는 거: 개인화는 사치가 아니라 자원의 문제다. 미안하다고 느끼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15분 만에 답글 12개 달렸다. "저도요, 고객 200명인데 이름 반도 몰라요." "팀 있어도 힘든데 혼자는 진짜..." "그래도 솔로님은 답장이라도 빨리 주시잖아요." 위로가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솔로프리너의 숙명이다. 모든 걸 할 순 없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오늘은 개발, 내일은 CS, 모레는 마케팅. 개인화는 그 틈새다. 직원 뽑으면 다를까? 아마 다르다. 근데 지금은 MRR 350만원이다. 인건비 낼 여유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분 나누기도 싫다. 혼자의 자유를 선택했다. 대가는 이거다. 120개사를 개인적으로 챙길 수 없다는 죄책감. 트레이드오프다. 받아들인다. 내일도 템플릿을 쓸 것이다 오늘 CS 17건 처리했다. 그중 5건은 개인화했다. 12건은 템플릿이다. 30% 개인화. 나쁘지 않다. 내일도 비슷할 것이다. 모레도. 120개사가 200개사 되면 더 낮아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시스템을 만든다. 120개사가 예약을 관리한다. 내 시스템으로. 그들의 고객은 수천 명이다. 간접적으로 나는 수천 명을 돕는다. 개인화는 못 해줘도, 작동하는 시스템은 준다. 완벽한 창업가는 없다. 혼자 하는 창업가는 더더욱. 죄책감은 계속될 것이다. 근데 일은 계속된다.120명 모두를 사랑할 순 없다. 근데 120명 모두가 쓸 시스템은 만들 수 있다.

고객 피드백을 바로바로 반영했더니 번아웃이 왔다

고객 피드백을 바로바로 반영했더니 번아웃이 왔다

고객 피드백을 바로바로 반영했더니 번아웃이 왔다 피드백은 축복이자 저주다 고객이 의견을 준다는 건 좋은 신호다. 관심 있다는 뜻이니까. 근데 나는 여기서 실수했다. 전부 다 들었다. "이 기능 추가해주세요"라고 하면 바로 노션에 적었다. "이 버튼 위치가 불편해요"라고 하면 당일에 고쳤다. "이거 안 되는데요?"라고 하면 밤늦게까지 디버깅했다. 120개 고객사가 있으니 하루에 피드백이 5~10개는 들어온다. 다 중요해 보였다. 다 급해 보였다. 6개월 동안 이렇게 일했다. MRR은 350만원까지 올랐다. 고객 만족도도 높았다. CS 응답 속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근데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로드맵이 없어졌다 처음엔 로드맵이 있었다. Q1: 결제 시스템 고도화 Q2: 모바일 앱 출시 Q3: API 오픈 Q4: 리포팅 기능 강화 이게 내 계획이었다. 2년 안에 MRR 1000만원 목표로 짠 전략이었다. 근데 고객 피드백을 듣다 보니 로드맵이 흔들렸다. "엑셀 내보내기 기능 급해요"라는 피드백이 들어왔다. 원래 Q4 계획이었는데 당겨서 만들었다. "카카오톡 알림 연동해주세요"라는 요청이 3개 업체에서 왔다. 로드맵엔 없었는데 급하게 추가했다. "예약 취소 시 환불 프로세스가 복잡해요"라는 불만이 있었다. 결제 시스템 고도화보다 이걸 먼저 손봤다. 6개월 지나니까 로드맵은 온데간데없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Q2 모바일 앱은? 못 만들었다. API 오픈은? 계획만 있다. 리포팅 기능은? 기초만 있고 고도화는 안 됐다. 대신 잡다한 기능이 30개 늘었다. 엑셀 내보내기, 카카오톡 연동, 환불 프로세스, SMS 자동 발송, 대시보드 커스터마이징, 다국어 지원 베타... 고객은 만족했다. 근데 제품은 산으로 갔다.에너지가 분산됐다 혼자 일하면 에너지가 제한적이다. 하루에 집중 가능한 시간은 6시간 정도다. 나머지는 CS, 잡무, 휴식이다. 이 6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근데 나는 이 시간을 피드백 대응에 다 썼다. 월요일: 엑셀 내보내기 버그 수정 (3시간) 화요일: 카카오톡 알림 테스트 (4시간) 수요일: 고객사 A 커스텀 요청 대응 (5시간) 목요일: 환불 프로세스 UI 개선 (3시간) 금요일: SMS 발송 오류 디버깅 (6시간) 한 주가 이렇게 갔다. 핵심 기능 개발은? 한 줄도 못 썼다. 에너지가 쪼개지니까 깊은 집중이 안 됐다. 매일 다른 일을 하니까 맥락 전환 비용이 컸다. 아침에 뭘 할지 계획 세우는 것도 피곤했다. '오늘은 뭐 하지? 어제 못 끝낸 SMS 버그? 아니면 새로 들어온 대시보드 요청?' 매일 이랬다. 주도권이 없었다. 고객이 일정을 짰다. 우선순위가 없어졌다 피드백이 들어오면 다 똑같아 보인다. 긴급해 보인다. "이거 없으면 못 써요" "경쟁사엔 있는데 여기엔 없네요" "이 버그 때문에 업무가 막혔어요" 다 중요하다. 다 급하다. 근데 전부 다 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기준이 없었다. 소리 큰 고객 먼저? 아니다. 매출 큰 고객 먼저? 그것도 애매하다. 빠르게 할 수 있는 것 먼저? 그럼 중요한 건 계속 밀린다. 결국 '감'으로 정했다. 그날그날 기분으로 정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전략이 없으니 에너지가 낭비됐다. 6개월 일했는데 핵심 기능은 하나도 안 늘었다. 잡기능만 30개 늘었다. 고객은 만족하는데 제품 경쟁력은 안 올랐다. MRR은 350만원에서 멈췄다. 더 이상 안 늘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니까. 고객이 원하는 걸 다 만들어줬는데, 정작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강점은 없었다.번아웃은 갑자기 왔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일하기 싫었다. 노트북 키기가 싫었다. 슬랙 알림 보기가 싫었다. 고객 문의 답하기가 싫었다. '오늘도 누가 뭘 요청하겠지. 또 급하다고 하겠지. 또 밤늦게까지 일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려웠다. 번아웃이었다. 6개월 동안 쌓인 피로가 한 번에 왔다. 증상은 명확했다:집중이 안 됨 (30분마다 유튜브) 의욕이 없음 (코드 한 줄이 산) 짜증이 많아짐 (고객 문의가 귀찮음) 죄책감이 듦 (일 안 하면 불안) 잠을 못 잠 (머릿속에 할 일 목록)2주 동안 거의 일을 못 했다. CS는 최소한만 했다. 개발은 손도 못 댔다. 이러다 회사 망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회사는 안 망했다. 고객들은 이해해줬다. "사장님 쉬세요"라는 답장도 왔다. 기능 요청도 줄었다. 아니, 내가 안 봤다. 2주 쉬고 나니까 깨달았다. 내가 과하게 반응했구나. 다시 주도권을 찾는 법 번아웃 후에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1. 피드백 모으는 시스템 예전엔 피드백이 오면 바로 반응했다. 슬랙으로 오든 이메일로 오든 즉시 답했다. 이제는 노션에 모은다. "피드백 인박스" 페이지를 만들었다. 고객이 요청하면 "확인했습니다. 검토 후 답변드릴게요"라고만 답한다. 바로 안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오후에 모아서 본다. 그때 우선순위를 정한다. 2. 우선순위 매트릭스 피드백을 4개 카테고리로 나눈다:임팩트 큼 + 노력 적음 → 이번 주에 함 임팩트 큼 + 노력 큼 → 로드맵에 추가 임팩트 작음 + 노력 적음 → 여유 있을 때 임팩트 작음 + 노력 큼 → 안 함냉정하게 판단한다. 안 하는 것도 결정이다. 3. 로드맵 복원 분기별 목표를 다시 세웠다. Q3: 모바일 앱 출시 (미뤘던 거) Q4: API 오픈 (이것도 미뤘던 거) 고객 피드백은? 주 단위로 1~2개만 선택해서 반영한다. 로드맵 진행에 방해 안 되는 선에서만. 4. 고객 교육 "요청하면 바로 해준다"는 기대를 낮췄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다음 업데이트 때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기대치를 관리하니까 나도 편하고 고객도 이해한다. 실제로 불만 없다. 오히려 "천천히 하셔도 돼요"라는 답이 온다. 5. 집중 시간 확보 아침 9시~12시는 개발만 한다. CS 안 본다. 슬랙 끈다. 오후 2시~4시는 피드백 대응, CS, 잡무. 저녁은 마케팅, SNS, 공부. 시간을 나누니까 에너지 분산이 덜하다. 고객 중심은 맞는데, 고객이 전부는 아니다 고객 피드백은 중요하다. 듣지 않으면 방향을 잃는다. 근데 전부 들으면 나를 잃는다. 고객은 자기 문제만 본다. 당연하다. 내 제품의 큰 그림은 내가 봐야 한다. "이 기능 추가해주세요"라는 요청 10개 들어주는 것보다, 핵심 기능 1개 제대로 만드는 게 낫다. 고객이 원하는 건 결국 "문제 해결"이다. 내가 요청받은 기능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러려면 내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피드백은 듣되, 우선순위는 내가 정한다. 고객은 존중하되, 로드맵은 내가 짠다. 빠르게 반응하되,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이게 1인 창업가가 살아남는 법이다. 지금은 어떤가 요즘은 훨씬 낫다. 피드백은 여전히 들어온다. 근데 바로 안 한다. 모아뒀다가 판단한다. 로드맵대로 일한다. Q3 목표인 모바일 앱 개발 중이다. 진행률 60%. 고객 만족도는? 여전히 높다. 응답 속도는 느려졌는데 불만은 없다. MRR은? 380만원. 천천히 오르고 있다. 핵심 기능에 집중하니까 신규 고객 전환율이 올랐다. 번아웃은? 아직 안 왔다. 일하는 게 다시 재밌다.고객 목소리는 크다. 근데 내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

밤 11시에 고객 문의가 들어왔다. 나는 언제 쉬지?

밤 11시에 고객 문의가 들어왔다. 나는 언제 쉬지?

밤 11시, 또 울린다 출근했다. 아침 9시. 피곤하다. 어제 자정까지 일했다. 슬랙을 켰다. 밤 11시 47분에 고객 문의. "결제 안 돼요. 급해요." 그들은 급하다. 나도 급하다. 답변했다. 12시 2분.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이 없다. 이게 CS인가, 야근인가 헷갈린다. 회사라면 교대 근무가 있을 텐데. 나는 회사 자체다.CS라는 이름의 24시간 근무 MRR 350만원. 이건 자랑인가, 한숨인가. 고객사 120개. 누군가는 언제나 깨어있다. 시차 문제는 없다. 한국만 있으니까.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몰라. 그들도 야근 중이다. 낮에 문제 못 본 게 밤에 터진다. "제가 다 해요"라고 했는데, 이게 이런 뜻이구나. 대표 = 개발자 = 디자이너 = CS팀 = 회계. 대표만 없으면 다 내가 한다. 고객: "혹시 지금 봐줄 수 있나요?" 나: "네, 확인해볼게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슬랙 알림은 꺼놨다. 3일 전에. 그럼 놓친 문의가 있을까봐 켜놨다. 2시간 뒤. 악순환이다. 밤 11시. 새로 온 문의. 결제 오류니까 시급하다. 수익이 끊기는 순간이니까. 그들의 시간이 내 시간이 돼버린다.혼자라서 더 빠르고, 혼자라서 더 외로운 투자 안 받은 이유가 이거다. 투자받으면 이사회가 생기고, 이사회는 회의하고, 회의는 길어진다. 나는 결정이 빠르고 싶다. 직원도 안 뽑은 이유가 이거다. 직원 뽑으면 급여 나가고, 관리해야 하고, 책임이 커진다. 나는 유연하고 싶다. 근데 지금 뭐 하고 있는가. 밤 11시에 고객 문제 해결하고 있다. 유연함이 자유가 아니라 속박이 됐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누가 한 말인데 맞는 말이다. 근데 난 빨리도 가고 싶고 멀리도 가고 싶다. 양쪽 다 못 하는 것 같은데. 빠르지도 않고 (혼자니까 느린 거다). 멀리도 못 간다 (스케일업 안 되니까). 그냥 지친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다. 120개 회사의 업무 흐름이 내 SaaS에 달려있다. 그 책임감은 좋다. 하지만 밤 11시에 깨어야 한다는 건 나쁘다. 혼자인 게 강점인 줄 알았다. 결정 빠르고, 비용 안 들고, 자유로울 줄 알았다. 맞다.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냐는 문제다.밤 11시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직원 뽑으면 문제 해결 안 된다. 그들도 밤 11시에 안 본다. 시스템을 만들면? 그게 이 SaaS 아닌가. AI 챗봇? 고객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국 나다. 야근을 거부하면 고객이 떠난다. 경쟁사는 이메일 받으면 아침에 본단다. 나는 밤 11시에도 본다. 차이는 여기다. MRR 350만원은 이 차이로 나온 건 아닐까. 그런데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럴까? 고객들이 나의 빠른 응답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조건을 만든 걸까? 첫 고객 때부터 빨랐다. 당시 나는 시간이 많았다. 홀 타임이니까. 그럼 지금도 같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경쟁 우위가 됐다. 근데 이제 그게 족쇄가 됐다. 밤 11시 문의. "제가 다 해요." 이 말이 이제 무섭다. [IMAGE_4]휴가라는 걸 몰라 2년 연속 여름휴가 없다. 겨울휴가? 뭐 그런 게 있나. 고객사들은 정상 운영한다. 그들이 멈추면 나도 멈춘다. 그들이 운영되려면 나는 깨어있어야 한다. 휴가를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 응답?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외주? 그들도 내 시스템을 몰라. 야근? 휴가도 아니고 준비만 2배. 그래서 그냥 안 간다. 대신 시간은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오후 3시에 밤 10시까지 일하고. 아침 9시에는 쉰다고 생각한다. 자기위로다. 병원 갈 때도 문제다. 감기 걸리면 회사가 멈춘다. 아프면 답변이 늦어진다. 늦으면 고객이 불안해한다. 불안하면 이탈한다. 그래서 병원도 잘 안 간다. 감기도 무시한다. 밤 11시에도 답변한다. [IMAGE_5]그래도 다시 내일 밤 11시 47분, 고객 문의. 밤 12시 2분, 답변. 그 고객은 자신의 문제가 15분 만에 해결되길 바랐나? 아마도 아침 첫 일로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근데 나는 밤에 봤다. 감사하다고 메시지 왔다. 그게 맞는 건가 싶다. 직원 뽑으면? 고객 경험이 떨어질 거다. 투자 받으면? 성장 압박이 생길 거다. 지금 이대로면? 번아웃이 올 거다. 셋 다 불완전하다. 근데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면. 고객이 감사해하고. 수익이 나오고. 내가 만든 서비스가 누군가의 업무를 돕고 있다. 그게 충분할까? 아니다. 밤 11시는 너무 늦다. 내일은 뭘 할까. 슬랙 알림을 진짜 끌까? 고객에게 업무시간을 정의할까? 아니면 그냥 이렇게 계속할까? 모른다. 내일 아침 9시에 피곤할 거 알면서도. 오늘 밤 11시에 또 고객 문의 받으면 답할 거다.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습관이 됐다. "제가 다 해요."밤 11시에는 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우리는 언제 쉬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