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R 350만원으로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것의 현실

MRR 350만원으로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것의 현실

MRR 350만원으로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것의 현실

350만원이면 괜찮을 줄 알았다

창업 초기엔 MRR 100만원만 넘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200만원 넘었을 때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350만원 찍었을 때 트위터에 자랑했다.

그런데 통장에 돈이 안 남는다.

아니 정확히는 남긴 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적다. 세금 떼고, 월세 내고, 먹고살고 나면 80만원 정도? 어떤 달은 50만원도 안 남는다.

“그래도 자유롭잖아”라고 위로한다. 맞는 말이다. 출근 안 해도 되고, 상사 눈치 안 봐도 되고, 내 마음대로 일할 수 있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이게 지속 가능한가.

고정비가 생각보다 크다

월세 70만원. 관리비 10만원. 합쳐서 80만원.

원룸이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 주방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싱크대. 역세권도 아니다. 버스 타고 10분 가야 지하철역.

그래도 홈오피스로 쓸 만하니까. 책상 놓고, 모니터 두 개 세팅하고, 나름 쓸 만하게 꾸몄다.

건강보험 15만원. 국민연금 9만원. 소득세 예상액 월 30만원 정도 빼놔야 한다. 세금 폭탄 한 번 맞아봐서 안다. 미리 안 빼놓으면 나중에 진짜 망한다.

통신비 7만원. 핸드폰, 인터넷 합쳐서. 요즘 다 비싸다.

SaaS 구독료 월 12만원. AWS, 노션, 피그마, 센드그리드, 구글 워크스페이스. 전부 필수다. 하나도 못 끊는다.

여기까지만 163만원.

350만원에서 163만원 빼면 187만원 남는다.

식비는 최소화해도 60만원

아침은 거의 안 먹는다. 일어나서 바로 커피. 점심은 집에서 해먹거나 배달.

배달 시키면 1만원. 일주일에 3번만 시켜도 12만원. 한 달이면 48만원.

집에서 해먹으면? 마트 장보고, 재료 사고, 김치 사고. 한 달에 30만원은 든다.

근데 혼자 요리하기 귀찮다. 재료 남으면 버린다. 결국 배달이 효율적이다.

외식은 거의 안 한다. 남자친구 만날 때 한 번? 한 달에 두세 번. 5만원씩 쓴다 치면 15만원.

커피는 집에서 내려 마신다. 원두 사고, 필터 사고. 한 달 2만원. 가끔 카페 가면 5천원씩 나간다.

편의점 야식. 이게 은근히 크다. 밤에 일하다가 출출하면 편의점 간다. 삼각김밥, 컵라면, 과자. 한 번에 7천원. 일주일에 두 번이면 5만6천원.

대충 계산해도 60만원은 든다. 아껴도 50만원.

187만원에서 60만원 빼면 127만원.

문화생활이라고 부를 게 있나

넷플릭스 17,000원. 유튜브 프리미엄 14,900원. 스포티파이 10,900원. 합쳐서 43,000원.

이게 내 문화생활 전부다.

영화 보러 가는 건 분기에 한 번? 티켓값 15,000원. 팝콘 사면 20,000원. 부담스럽다.

책은 전자책으로 본다. 밀리의 서재 월 9,900원. 종이책 사면 돈 아깝다.

헬스장은 안 다닌다. 유튜브 보고 집에서 운동. 요가매트 있다.

옷은 안 산다. 어차피 집에서 일하니까. 후드티 3벌, 청바지 2벌로 1년 돈다. 필요하면 무신사에서 세일할 때 산다. 분기에 10만원?

미용실은 3개월에 한 번. 컷 3만원. 염색은 안 한다. 비싸다.

친구들 만나면? 밥값, 카페값. 한 번에 2만원. 한 달에 두세 번 만나면 6만원.

문화생활 합쳐서 월 10만원 정도.

127만원에서 10만원 빼면 117만원.

비상금이라는 게 있다

노트북이 고장 나면? 모니터가 나가면? 핸드폰 배터리가 죽으면?

전부 돈이다.

작년에 맥북 배터리 교체했다. 29만원 나갔다. 그 달은 저축 못 했다.

모니터 하나 35만원 주고 샀다. 듀얼 모니터 필수다. 작업 효율이 2배다.

아프면? 병원비 나간다. 감기 걸려서 병원 가면 진료비, 약값 합쳐서 2만원. 큰 병 걸리면 어떡하지. 보험 들어야 하나.

보험료 월 15만원이면 아깝다. 안 들었다. 아프지 말아야지.

비상금으로 월 20만원은 빼놔야 한다. 안 그러면 갑자기 돈 나갈 때 막막하다.

117만원에서 20만원 빼면 97만원.

결국 한 달에 80만원 남는다

350만원 벌어서 80만원 저축.

저축률 23%.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80만원으로 뭘 하나.

결혼 자금? 집 마련? 노후 준비?

1년 모으면 960만원. 10년 모으면 9,600만원. 이자 빼면 1억도 안 된다.

서울에 집 한 채 5억. 전세 3억. 월세 보증금 1억.

80만원으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래서 더 키워야 한다. MRR 500만원, 700만원, 1,000만원.

근데 혼자서 어떻게 키우나.

혼자서 할 수 있는 한계

고객사 120개. 월 350만원. 고객사당 월 2만9천원 정도.

더 늘리려면? 고객사 200개 만들면 583만원.

근데 지금도 CS 처리하느라 하루 3시간 쓴다. 200개 되면 5시간. 개발할 시간 없다.

직원을 뽑으면? 신입 연봉 3,500만원. 월 292만원. 세금 포함하면 350만원.

내 수익 전부 직원 월급으로 나간다. 나는 굶는다.

그럼 투자를 받으면? 5억 받으면 직원 3명 뽑고, 마케팅하고, 스케일업.

근데 지분 30% 나간다. 내 회사가 아니게 된다. 결정권도 줄어든다.

부트스트래핑의 한계다. 혼자서 멀리 못 간다.

그래도 계속한다

MRR 350만원으로 서울에서 혼자 산다.

여유롭지 않다. 부자 아니다. 불안하다.

근데 자유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안 해도 된다. 상사 눈치 안 본다. 고객이 내 상사다.

내가 만든 제품으로 돈 번다. 내 손으로 코드 짜고, CS 하고, 마케팅한다.

120개 고객사가 내 제품 쓴다. 돈 내고 쓴다.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게 행복이다.

돈 더 벌고 싶다. 당연하다. 인간이니까.

근데 지금 이 순간도 나쁘지 않다.

350만원으로 서울에서 혼자 산다. 80만원 저축한다. 자유롭게 일한다.

언젠가 500만원 될 것이다. 그때까지 버틴다.


350만원의 자유. 비싸지만 값어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