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R 350만원, 직원 0명. 이게 성공일까 실패일까

MRR 350만원, 직원 0명. 이게 성공일까 실패일까

MRR 350만원, 직원 0명. 이게 성공일까 실패일까

밤 11시 30분. 슬랙 알림이 온다. “안녕하세요, 예약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손가락이 움직인다. 별도의 생각 없이. 자동으로.

“확인 중입니다. 5분만요.”

DB를 뜯어본다. 뭔가 이상하다. 아, 어제 배포한 코드 때문이네.

수정한다. 10분 만에.

“해결됐습니다. 죄송해요!”

고객이 고마워한다. 나는 피곤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본다. MRR 350만원. 고객사 120개. 직원 0명. 투자 0원. 번아웃 게이지 98%.

이게 성공인가.

수익은 나는데 왜 자꾸 불안한가

지난 3개월 매출을 보자.

  • 3월: 320만원
  • 4월: 340만원
  • 5월: 350만원

우상향이다. 분명 좋은 거다. 근데.

“MRR 350만원이 대단한가요?”

트위터에 이렇게 물었을 때 댓글들.

“훌륭합니다 화이팅!” “저는 아직 50만원이라 부러워요.” “직원 0명 상태라면 정말 좋은 결과입니다.”

좋다고 한다. 근데 나는 왜 불안한가.

아. 알았다.

월 350만원이면. 세금 내고. 방값 내고. 밥 먹고. 나머지.

보통 250만원 정도?

한 달에. 250만원.

연봉으로 치면. 3000만원.

전 회사에서 PM 때 연봉이 6500만원이었다.

거의 반이다.

아니다. 계산을 다시 해보자.

회사 다닐 때:

  • 출근 8시간
  • 퇴근 6시간
  • 번아웃 중증

지금:

  • 일 하는 시간 12시간
  • 근데 중간에 쉴 때도 있음
  • 심리적으로 압박감 있음

돈이 줄었는데. 일은 늘었다.

그런데.

회사에선 못했던 게 있다. 할 수 있는 게 있다.

밤 11시 30분에 고객 문제를 10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 뭔가 있다.

직원을 뽑아야 하나? 매일 밤 고민한다

고객사가 120개면. 이론상으로는 직원 1명이면 충분하다.

“고객 당 월 3만원 × 120 = 월 360만원”

고객 CS에 년 1000시간이 들면. 연 1명당 시간이 2080시간이니.

직원 1명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매달 생각한다.

“이제 뽑을까.”

구인공고를 본다.

  • 연봉 3500만원 + 보너스
  • 4대 보험
  • 사무실 렌트비

역산해보자.

고객 CS 직원 급여: 3500만원 고객 CS 직원 복지비: 500만원 사무실: 200만원 통신비, 기타: 200만원

총 4400만원.

현재 매출에서 빼면. 4200만원 - 4400만원 = -200만원.

적자다.

그럼 고객을 더 늘려야 한다.

MRR을 600만원 정도까지.

근데.

지금 나 혼자는 너무 바빠서. 고객 확보 마케팅을 못 하고 있다.

악순환이다.

직원을 뽑으려면 더 벌어야 하는데. 더 벌려면 직원을 뽑아야 한다.

투자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

투자.

말은 좋다.

“펀딩 받고 팀을 꾸리면 스케일업이 쉬워질 거야.”

그런데.

투자받고 2년 뒤 실패한 팀을 많이 본다.

전 회사 동료들도 많이 그랬다.

투자 받은 지 1년 뒤에 흩어진다.

투자를 받으면.

  • VC의 기대치: “5년 뒤 매출 50억”
  • 직원과의 약속: “우리는 유니콘 회사 될 거야”
  • 자기 자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쌓인다.

지금은?

  • 목표: “월 500만원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 고객: “당신 좋은데요, 계속 쓸게요”
  • 자기 자신: “취침 시간만 좀 더 길었으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투자를 받고 싶지 않다.

약간의 현명함이 남아있으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보면.

“돈 한 방울 투자 안 하고 3년 만에 월 350만원 벌고 있는 여자”

이게 사실 엄청나다.

근데 VC의 눈으로는.

“월 350만원? 50배 스케일하면 월 1억 7500만원이잖아. 그거 할 수 있어?”

가 된다.

나는 못 한다.

안 하고 싶다.

그래서 투자는 안 받겠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 서있는 기분

트위터에 이런 글을 봤다.

“1인 창업 3년 차, MRR 500만원. 이제 성공이라고 해도 되나요?”

댓글이 500개 넘었다.

  • “네, 충분히 성공입니다”
  • “하지만 스케일업을 해야 진정한 성공”
  • “행복하면 그게 성공이지”
  • “돈이 최고의 척도”
  • “당신은 이미 성공자입니다”

다 맞다. 다 틀렸다.

지금 나를 보면.

정의에 따라 성공이 달라진다.

돈으로 보면?

  • 전 회사 때보다 50% 적음 = 실패

자유도로 보면?

  • 출퇴근 자유 = 성공

시간으로 보면?

  • 더 많이 일함 = 실패

심리적 만족도로 보면?

  • 내 일을 하고 있음 = 성공

스케일로 보면?

  • 120개 고객 = 아직 멀음

영향력으로 보면?

  • 트위터 팔로워 3000 = 어느 정도 있음

내가 원하는 게 뭐였지

밤 1시.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처음에 뭘 원했지.

아. 회사 다닐 때 생각난다.

야근하면서 보스한테.

“이 기능 왜 이렇게 느려요?”

“리소스가 부족해서요.”

“그럼 해결해요.”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요.”

“상관없어. 해결해.”

그때 생각했다.

“내가 만든 제품이었으면, 나한테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게 지금이다.

고객이.

“왜 이렇게 느려요?”

하면.

“아, 제가 최적화 안 했네요. 지금 해드릴게요.”

하고 해결한다.

10분 만에.

그때는 이게 꿈이었다.

지금은 현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게 거슬린다.

“언제까지 나 혼자 할 거야?”

부모님이 묻는다.

“결혼은 안 할 거냐?”

친구가 묻는다.

“투자받으면 되지 않냐?”

지분이 녹는다.

“일을 덜 할 수는 없나?”

체력이 떨어진다.

2년을 돌아보니까

지난 2년을 돌아본다.

처음엔 월 30만원이었다.

그때 기대감.

“와, 나 돈 벌고 있다!”

이었다.

6개월 뒤 월 100만원.

“오, 이게 되네?”

1년 뒤 월 200만원.

“흠… 이제 뭔가 할 수 있겠는데?”

지금 월 350만원.

“이게 끝인가?”

아마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스타트업 직원이 될 수 없다.

보스의 “더 빨리, 더 크게, 더 높게”가 죽인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느리지만. 힘들지만. 계속할 수는 있다.

그래서.

내 답은.

“이 상태로 2년을 더 버틸 수 있나?”

이다.

버틸 수 있으면 계속한다. 못 버티면 뭔가 바꾼다.

근데 지금은.

쉴 수가 없다.

고객들이 기다린다.


이게 성공일까. 실패일까. 모르겠다. 내일도 버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