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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오피스
- 07 Dec, 2025
홈오피스 거실 책상에서 2년을 일했다. 이제 지친다
홈오피스 거실 책상에서 2년을 일했다. 이제 지친다 거실이 회사가 되던 날 2년 전 퇴사하고 집에서 일하기로 했을 때, 신났다. 출퇴근 2시간 사라짐. 회의실 정치 없음. 내 시간. 원룸 거실 한쪽에 책상 하나 놓고 모니터 2개 세팅했다. "이제 자유다." 그렇게 생각했다. 첫 6개월은 좋았다. 아침 9시에 일어나서 거실 책상 앞에 앉으면 그게 출근이었다. 파자마 바지에 후드티 입고 일했다. 점심은 배달 시켜 먹으면서 코딩했다. 저녁엔 침대에 누워 노트북 들고 CS 답변했다. 효율 좋았다. 회의 없으니까 개발 속도 빨랐다. MRR도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1년 지나면서 시작됐다.경계가 사라지는 건 생각보다 빠르다 거실 책상에서 일어나면 침대가 보인다. 3미터 거리. 침대에서 일어나면 책상이 보인다. 똑같이 3미터. 아침에 눈 뜨면 모니터 불빛부터 보인다. 꺼놓은 적이 없다. 밤에 누우면 책상 위 LED 불빛 신경 쓰인다. 고객 문의 올까봐 노트북 옆에 둔다. 어느 순간부터 구분이 안 된다. 일하는 공간인지, 사는 공간인지. 주말에 집에 있어도 일 생각난다. 당연하다. 책상이 눈앞에 있는데. 토요일 오전 10시,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 보다가도 고객 CS 알림 오면 일어난다. 어차피 책상 바로 앞인데 답하는 게 빠르다. 일요일 저녁, 쉬고 싶어서 거실 소파에 앉는다. 고개 돌리면 모니터. 노션 켜져 있음. 해야 할 일 리스트 보임. "내일 하지 뭐" 생각하다가 결국 앉는다. 휴가? 없다. 집이 곧 회사니까 어디를 가야 쉬는 건지 모르겠다. 작년엔 부산 부모님 집 갔을 때도 노트북 챙겼다. 고객 CS는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부모님 거실에서 혼자 개발했다. 부모님은 "휴가 왔으면 좀 쉬어라" 했다. 못 쉰다. 쉬는 방법을 잊었다.혼자 일한다는 건 멈출 수 없다는 뜻 직장 다닐 땐 몰랐다. 회사는 내가 쉬어도 돌아간다. 팀이 있으니까. 혼자 하는 사업은 다르다. 내가 멈추면 회사가 멈춘다. 작년 여름에 몸살 걸렸다. 3일 누워있었다. 고객 문의 50건 쌓였다. CS 응답 시간 평균 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었다. 불만 댓글 달렸다. "서비스 죽은 거 아니냐"고. 열 나는 와중에 노트북 켜고 답했다. 어지러운데 코딩했다. 긴급 버그 수정했다. 3일 후 회복했지만 정신은 회복 안 됐다. "아프면 안 되는구나." 그 생각이 머리에 박혔다. 이후로 감기 기운만 와도 비타민 먹는다. 목 아프면 바로 약국 간다. 컨디션 관리가 업무가 됐다. 아프면 매출이 떨어지니까. 휴가는 사치다. 주말도 사실 없다. 고객은 토요일 일요일에도 문의한다. 버그는 새벽에도 터진다. 내가 답하지 않으면 이탈한다. 친구들은 "직원 뽑아" 라고 한다. MRR 350만원으로? 직원 월급 주면 내가 먹고살 돈 없다. 외주? 써봤다. CS 대행 업체. 한 달 쓰고 끊었다. 내가 하는 것보다 퀄리티 떨어졌다. 고객이 불만 표시했다. 결국 내가 하는 게 빠르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거실이 감옥이 되는 순간 요즘은 책상 보기 싫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스다. 모니터 켜기 전부터 피곤하다. 점심 먹을 때도 책상 옆 바닥에 앉아서 먹는다. 배달 음식 시켜서 바닥에 놓고. 책상엔 노트북이랑 모니터 차지하고 있어서 밥 먹을 공간 없다. 먹으면서도 모니터 본다. 슬랙 알림 확인한다. 고객 문의 온 거 없나 체크한다. 밥 먹는 20분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 저녁엔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 켠다. 등 받쳐주는 쿠션 베고 다리 펴고 타이핑한다. 허리 아프다. 목 아프다. 거북목 왔다. 남자친구는 주말에만 본다. 주중엔 만날 시간 없다. 정확히는 나갈 기력이 없다. 외출하면 그 시간에 일 못 한다는 생각 먼저 든다. "우리 저녁 먹으러 나갈까?" "지금? 근데 CS 처리 안 끝났는데." "주말인데 좀 쉬어." "알아. 그래도 좀만." 결국 안 나간다. 배달 시켜 먹는다. 침대에서 노트북 켜고. 남자친구는 이해한다고 한다. 근데 표정은 실망스럽다. 당연하다. 나도 나한테 실망스럽다. 트위터에 빌딩 인 퍼블릭 한다. "오늘 MRR 360만원 찍었습니다" 올린다. 좋아요 50개 달린다. "축하해요" 댓글 단다. 근데 행복하진 않다. 숫자는 올라가는데 멘탈은 내려간다. 매출 늘어나는데 삶의 질은 떨어진다. 고객은 만족하는데 나는 불만족스럽다. 뭔가 잘못됐다. 원룸에서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을까 요즘 자주 생각한다. 코워킹 스페이스 알아봤다. 월 20만원. 아깝다. 근데 필요한 것 같다. 거실 책상 말고 다른 곳에서 일하면 달라질까. 아침에 나가서 일하고, 저녁엔 집에 와서 쉬고. 근데 또 생각한다. 코워킹 가도 결국 혼자 일하는 건 똑같다. CS는 여전히 내가 답한다. 버그는 여전히 내가 고친다. 장소만 바뀌는 거다.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구조다. 혼자 하는 사업은 경계가 없다. 출퇴근이 없다. 휴가가 없다. 팀이 없다. 백업이 없다. 내가 모든 걸 한다. 개발, CS, 마케팅, 회계, 기획. 전부. 효율적이다. 빠르다. 의사결정 빠르다. 근데 지속 가능하지 않다. 2년 했다. 버텼다. 근데 3년은 모르겠다. 지금 상태로 가면 번아웃 온다. 아니, 이미 왔다. 트위터에서 다른 솔로프리너들 보면 비슷하다. 다들 비슷한 고민한다. "언제 직원 뽑아야 하나", "혼자 하는 게 한계인가", "번아웃 왔다". 답은 없다. 각자 찾아가는 거다. 나는 아직 모르겠다. 직원 뽑기엔 매출 부족하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할 순 없다. 뭔가 바꿔야 한다. 그게 공간인지, 구조인지, 마인드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앉는다 오늘도 거실 책상에 앉았다. 모니터 켰다. 슬랙 열었다. 고객 문의 10건. 답한다. 하나씩. 천천히. 지쳤지만 멈출 순 없다.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혼자 하는 자유. 혼자 감당하는 무게. 둘 다 내 거다. 오늘도 일한다. 내일도 일한다. 언젠간 방법을 찾겠지. 아니면 무너지거나.거실 책상, 2년 째. 여전히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