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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 15 Dec, 2025
새 기능을 구상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데, 만드는 건 고통이다
노션에만 100개 또 했다. 새벽 2시에 노션 열어서 기능 구상했다. "고객사별 예약 통계 대시보드", "SMS 자동 발송 연동", "노쇼 방지 알림 시스템". 30분 만에 세 개 적었다. 플로우차트까지 그렸다. 완벽했다. 다음 날 아침. 개발 시작하려고 앉았다. 머리가 하얗다. "이거 API 어떻게 연결하지", "DB 구조 다시 짜야 하나", "테스트는 또 언제 하고". 10분 만에 노션 닫았다. 고객 CS 답변부터 했다. 노션 '기능 아이디어' 페이지에 가보면 107개다. 작년부터 쌓인 거. 실제로 만든 건 11개.구상할 땐 천재 기능 구상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진짜로. 유튜브 보다가 "아, 이거 우리 서비스에도 있으면 좋겠다" 하면 바로 노션 켠다. 트위터에서 다른 SaaS 사례 보면 또 아이디어 나온다. 그때는 진짜 천재가 된 기분이다. "고객이 이렇게 쓸 거고, 여기서 클릭하면 이렇게 되고, 그럼 이탈률 줄고 전환율 오르고".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그려진다. 노션에 적을 때도 재밌다. 제목 달고, 예상 효과 적고, 우선순위 매기고. "이거 만들면 MRR 500 찍겠는데?" 혼자 흥분한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실제로 개발 시작하려고 VS Code 켜면 현타 온다. "이걸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노션에선 한 줄이었던 기능이 실제론 파일 20개 건드려야 한다.만드는 건 고통 개발 시작하면 지옥이다. 첫 1시간은 괜찮다. "오늘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코드 몇 줄 쓴다. 2시간째부터 에러 나기 시작한다. 스택오버플로우 뒤진다. GPT한테 물어본다. 해결 안 된다. 3시간째. "왜 안 돼". 같은 에러 메시지 10번 봤다. 코드 전체 다시 읽는다. 오타였다. 허탈하다. 4시간째. 배고프다. 라면 끓인다. 먹으면서 코드 본다. 진도는 20%다. 5시간째. "이거 하루 만에 끝난다고 생각했나". 노션 다시 본다. "예상 소요시간: 4시간". 웃긴다. 저녁 8시. 반쯤 됐다. 근데 테스트해보니까 버그 3개 발견. 고치려니까 또 2시간. 밤 11시. 겨우 배포했다. 지쳤다. 고객한테 공지 보낼 기력도 없다. 구상할 땐 30분이었던 기능. 만드는 데 9시간 걸렸다.왜 이렇게 격차가 큰가 생각해봤다. 왜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실행은 이렇게 힘든가. 첫 번째, 아이디어는 결과만 본다. "고객이 이 기능 쓰면 좋아할 거야". 끝. 과정은 안 보인다. 실제론 DB 설계, API 연동, UI 작업, 테스트, 버그 수정, 문서화까지 해야 한다. 아이디어엔 이게 없다. 두 번째, 혼자라서 더 힘들다. 팀 있으면 "이거 어떻게 생각해?" 물어볼 사람이라도 있다. 혼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판단해야 한다. "이게 맞나", "이렇게 해도 되나", "더 좋은 방법 있나". 확신이 안 선다. 시간 더 걸린다. 세 번째, 에너지 관리 실패. 아침에 CS 답변 2시간 하면 이미 지쳐 있다. 개발은 집중력 필요한데 남은 게 없다. "내일 하지 뭐". 근데 내일도 똑같다. 네 번째, 완벽주의.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자". 코드 리팩토링 시작한다. 3시간 날렸다. 기능은 안 늘었다. 구상할 땐 "일단 돌아가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 땐 "깔끔하게" 하려고 한다. 아이디어는 자산인가 부채인가 노션에 107개 쌓인 아이디어. 예전엔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간 다 만들 거야". 뿌듯했다. 지금은 부채 같다. 볼 때마다 죄책감 든다. "이것도 안 했네, 저것도 안 했네". 압박감. 트위터에서 다른 인디메이커들 보면 더하다. "이번 주에 새 기능 3개 출시했습니다". 부럽다. 나는 한 달에 하나도 힘든데. "나만 느린 건가".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디어 적는 걸 줄였다. "정말 만들 거 아니면 적지 말자". 노션 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이거 지금 당장 필요한가", "내 에너지로 감당 가능한가", "우선순위 1위인가". 아니면 안 적는다. 머릿속에만 둔다.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힌다.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는 계속 떠오른다. 그것만 적는다. 실행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깨달은 게 있다. 창업자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특히 솔로프리너는 더. 아이디어는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 뇌는 쉬면서도 돌아간다. 에너지 안 든다. 실행은 다르다. 몸, 시간, 멘탈 다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이다. 그래서 선택해야 한다. "100개 구상하고 10개 만들기" vs "10개 구상하고 8개 만들기". 후자가 낫다. 실행률이 중요하다. 요즘 내 기준은 이거다. "이 아이디어 지금 안 만들면 회사 망하나". 아니면 보류. 냉정하게 들리지만 현실적이다. 고객이 "이 기능 없으면 못 써요" 할 때만 만든다. 나머지는 나중에. Nice to have는 과감히 버린다. Must have만 집중한다. 그래도 구상은 즐겁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디어 구상하는 시간 포기 못 한다. 힘들어도, 실행 안 해도,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니까. "이거 만들면 고객들이 좋아하겠다". 상상하는 게 즐겁다. 개발하다가 막히면 답답한데, 새 기능 구상하면 숨통 트인다. "아, 이것도 할 수 있겠네, 저것도 가능하겠네". 가능성이 보인다. 이게 창업의 재미 아닌가 싶다. 만드는 건 고통이지만, 구상하는 건 희망이다. 문제는 균형이다. 구상만 하면 사업 안 된다. 실행만 하면 번아웃 온다. 나는 아직 답을 못 찾았다. 일주일에 하루는 "아이디어 데이"로 정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날만 노션 열고 마음껏 구상한다. 나머지 6일은 실행만. 시도는 해볼 예정이다. 창의성과 실행 사이 결국 이 격차는 안 사라진다. 팀 만들어도, 투자 받아도, 똑같을 것 같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하고 싶은 것" vs "할 수 있는 것". 영원한 갭.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아이디어 100개 중에 10개만 만들 수 있다". 이게 현실. 그럼 남은 90개는 어떻게 하냐. 버리거나, 나중으로 미루거나, 다른 사람한테 주거나. 트위터에 "이런 기능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누가 만들어줬으면"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못 만들면 다른 메이커가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집착 안 하는 거다. "이 아이디어 내가 꼭 실현해야 해". 이러면 괴롭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지금은 아니야". 이렇게 넘기면 된다. 구상과 실행 사이. 그 간극에서 사는 게 솔로 창업자의 삶이다.노션 다시 열었다. 108개째 아이디어 적었다. 내일은 안 만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