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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 12 Dec, 2025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라는 말이 나를 괴롭힌다
이 명언이 날 괴롭힌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아프리카 속담이라던데. 트위터에서 처음 봤다. 솔로프리너들 사이에서 계속 돈다. 볼 때마다 괴롭다. 나한테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라서. 2년 전 회사 그만두고 혼자 시작했다. PM으로 4년 일하다가 "내 서비스 만들어보자" 했다. 노코드로 예약 관리 SaaS 뚝딱 만들었다. 투자 안 받았다. 직원도 안 뽑았다. 지금 MRR 350만원. 고객사 120개. 혼자 했다. 전부. 개발, 마케팅, CS, 회계, 디자인(외주 빼고). 빨랐다. 정말 빨랐다. 의사결정 1초. 회의 0분. 기능 추가 하루면 끝. 고객 피드백 바로 반영. 그런데 요즘 생각한다. "이제 어디로 가지?"혼자의 속도 처음 6개월은 미쳤다. 하루 16시간 일했다. 주말 없었다. 명절도 일했다. 고객 10명 만들 때까지 석 달. 50명까지 반년. 100명까지 1년. 누가 뭐래도 빨랐다. 같은 시기 창업한 친구는 공동창업자랑 싸우느라 6개월 날렸다. 지분 나누고, 역할 정하고, 의견 조율하고. 나는 그 시간에 코드 짰다. 고객 문의 오면 10분 안에 답했다. 밤 11시에도. 새벽 2시에도. 나 혼자니까 가능했다. 기능 추가하고 싶으면 바로 했다. 회의 필요 없었다. 누구 설득할 필요 없었다. "이거 해볼까?" → "좋아, 해보자" → "완료" 1초 만에 결정. 하루 만에 배포. 속도는 정말 최고였다. 그런데. 지금 350만원에서 멈췄다.멈춘 이유 고객사 120개가 한계다. 더 늘리려면 뭐가 필요한가.영업 - 나 혼자 못 한다. 개발하면서 동시에 못 돌린다. CS - 고객 늘면 문의도 늘어. 지금도 하루 20건. 200개 되면 40건. 못 감당한다. 개발 - 큰 기능 추가하려면 한 달 걸린다. 그 한 달 동안 다른 건 멈춘다. 마케팅 - 콘텐츠 써야 하는데 시간 없다. 트위터만 겨우 한다.혼자서 빨리 왔다. 그런데 여기서 멈췄다. 더 가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알고 있다. 근데 못 뽑는다. 이유는 많다. 첫째, 돈. 직원 한 명 월 300만원이라 쳐도 MRR의 대부분이다. 내 월급 없어진다. 둘째, 관리. 나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남 관리하려면 내 시간 더 쓴다. 셋째, 지분. 공동창업자 들이면 지분 나눠야 한다. 내가 만든 건데. 넷째, 신뢰. 누구를 믿고 맡기나. 나만큼 할 사람 없다. 합리화다. 안다. 진짜 이유는 다르다. 무섭다.무서운 것들 혼자 일하는 게 익숙해졌다. 2년 동안 모든 결정을 내가 했다. 모든 일을 내가 했다. 실패도 내 책임, 성공도 내 몫. 이제 누군가랑 나누는 게 상상이 안 된다. 공동창업자 들이면?의견 다르면 어쩌지 일 안 하면 어쩌지 나중에 싸우면 어쩌지 지분 때문에 법적 분쟁 나면 어쩌지직원 뽑으면?관리 못 하면 어쩌지 내가 나쁜 대표면 어쩌지 월급 못 주면 어쩌지 해고해야 하는 상황 오면 어쩌지투자 받으면?투자자가 간섭하면 어쩌지 성장 압박 받으면 어쩌지 엑싯 강요당하면 어쩌지 내 회사가 내 회사 아니게 되면 어쩌지혼자가 편하다. 모든 게 내 통제 안에 있다. 변수가 없다. 예측 가능하다. 근데 그게 함정이다. 함정의 정체 성장이 멈췄다. 정확히는, 내 능력치만큼만 간다. 나는 개발 60점, 마케팅 50점, 영업 30점, CS 70점. 평균 52.5점짜리 회사다. 직원 뽑으면? 개발 80점 개발자, 마케팅 90점 마케터 데려오면. 회사는 평균 70점이 된다. 근데 안 뽑는다. 이유? 무섭고, 귀찮고, 돈 아깝고. 결과? 350만원에서 2년째 정체. "빨리 가려면 혼자." 맞다. 나 혼자 빨리 왔다. "멀리 가려면 함께." 맞다. 더 멀리 가려면 사람 필요하다. 근데 나는. 빨리 왔는데, 멀리는 못 가고 있다. 트위터에서 본 것들 솔로프리너 커뮤니티 있다. 다들 비슷하다. MRR 200~500만원 사이에 갇혀 있다. 어떤 사람은 5년째 혼자 한다. MRR 400만원. 안 늘어. 어떤 사람은 3년 만에 팀 5명 만들었다. MRR 3000만원. 차이가 뭔가. 용기. 사람 들일 용기. 통제 포기할 용기.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일 용기. 나한텐 없다. 아직. 그래서 답답하다. 남자친구가 한 말 지난주에 만났다. "너 언제까지 혼자 할 건데?" "일단 더 해보려고." "2년 전에도 그렇게 말했잖아." "..." "지금 350만원이면 나쁘지 않은데, 너 목표는 그게 아니잖아. 처음에 IPO 꿈꾼다고 했잖아." "알아. 근데 직원 뽑으면..." "뽑으면 뭐? 돈 없어? 300만원 월급도 못 줘? 넌 지금 350 벌잖아." "그게 다 내 월급인데..." "그러니까 성장을 안 하는 거지. 투자해야지. 직원한테." 맞는 말이다. 근데 못 한다. 진짜 문제 내가 문제다. 사업이 문제가 아니다. 시장도 아니다. 타이밍도 아니다. 나다. 혼자 하는 게 익숙해져서, 함께 하는 걸 상상 못 한다. 실패가 무서워서, 성공 가능성을 차단한다. 통제하고 싶어서, 성장을 포기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나는 빨리 왔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멈출 건가, 멀리 갈 건가. 최근 한 실험 한 달 전에 외주 디자이너한테 맡겼다. UI 개선 프로젝트. 내가 하면 2주 걸릴 일. 200만원 주고 맡겼다. 처음엔 불안했다. "내 돈 200만원이 날아가면 어쩌지."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면?" "내가 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근데 결과는. 5일 만에 끝났다. 퀄리티는 내가 한 것보다 3배 좋았다. 그 2주 동안 나는 개발에 집중했다. 새 기능 2개 추가했다. 고객 5개 더 늘었다. MRR 20만원 증가. 200만원 투자해서 20만원 늘었으니 손해 아니냐고? 아니다. 나는 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으로 더 중요한 일 했다. 이게 "함께"의 시작이다. 다음 단계 이번 달 안에 결정한다. CS 전담 파트타임 1명 뽑을 거다. 주 3일, 하루 4시간, 월 80만원. 고객 문의 20건 중 15건은 반복이다. 매뉴얼 만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나는 개발한다. 기능 추가한다. 매출 늘린다. 무섭다. 여전히. 관리 못 하면 어쩌지. 돈 낭비하면 어쩌지. 근데 안 하면 계속 350만원이다. 2년 후에도 똑같은 고민 하고 싶지 않다. 빨리와 멀리 사이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이 명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타이밍의 문제다. 처음엔 혼자 빨리 가야 한다. 맞다. MVP 만들고, PMF 찾고, 초기 고객 확보하고. 이건 혼자 해야 빠르다. 근데 어느 순간이 온다. 혼자서는 더 이상 못 가는 지점. 나는 지금 거기 와 있다. 인정하기 싫었다. 2년 동안. 이제 인정한다. 더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무서워도. 불편해도. 통제 못 해도. 마무리 못 하는 글 이 글을 쓰면서도 확신이 없다. "CS 파트타임 뽑는다"고 썼는데 진짜 뽑을까? 다음 주에 또 미룰까? 모르겠다. 다만 이건 확실하다. 이 명언은 나를 계속 괴롭힐 거다. 행동하기 전까지.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나는 빨리 왔다. 이제 멀리 갈 시간이다. 무서워도.채용공고 초안 작성 중. 올릴지는 모르겠다. 일단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