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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부모님께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부모님께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엄마 전화가 온다 한 달에 한 번. 부산에서 엄마가 전화한다. "잘 지내냐, 밥은 먹냐, 건강하냐." 처음 5분은 괜찮다. 안부다. 그다음이 문제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매번 같은 질문. 나는 매번 다른 핑계를 댄다. "바빠서요. 회사가 지금 중요한 시기라." "회사가 뭐가 그리 바쁘냐. 혼자 하는데." 혼자 하니까 더 바쁜 건데. 이걸 설명할 수가 없다.부모님은 이해 못 한다 엄마 아빠는 평범하게 살았다. 대학 나오고, 취직하고, 연애하고, 결혼했다. 30살 전에. 나는 35살. 미혼. 회사원도 아니다. "1인 창업가예요. SaaS 만들어요." "사스가 뭐냐. 그게 돈이 되냐." "월 350만원 벌어요." "그걸로 어떻게 사냐. 애는 어떻게 키우냐." 아직 애 계획도 없는데. 결혼도 안 했는데. 부모님한테 내 삶은 불안정해 보인다. 회사도 없고, 보스도 없고, 월급도 아니고. 그냥 혼자 뭔가 만들고, 혼자 고객 받고, 혼자 번다. 이게 직업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남자친구도 애매하다 2년째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다. 주말에만 만난다. 평일은 각자 바쁘다. 그것도 매주는 아니다. 내가 데드라인 있으면 미룬다. "이번 주는 개발 마감이라 힘들 것 같아." "또?" 또다. 항상 뭔가 있다. 고객 CS 터지면 토요일도 일한다. 새 기능 나가면 일요일도 모니터링한다. 남자친구는 대기업 다닌다. 주말은 확실히 쉰다. 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다. "너 그렇게 일만 하면 언제 결혼할 건데?" 또 결혼 얘기다. 나도 모른다. 지금 결혼하면 회사는 어떻게 되냐고.결혼하면 회사가 멈춘다 직원이 없다. 나 혼자다. CS는 내가 한다. 개발도 내가 한다. 마케팅도 나다. 결혼 준비? 신혼여행? 육아? 그 시간에 회사는 누가 돌리냐. 고객사가 120개다. 매일 문의가 온다. 밤 10시에도 온다. "예약 시스템이 안 돼요. 급해요." 나는 답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탈한다. 결혼하면 이게 가능하냐. 신혼여행 가서도 CS 답할 건가. 부모님은 이해 못 한다. "그냥 직원 뽑으면 되잖냐." 직원 뽑으면 월급 줘야 한다. 지금 수익으로는 빠듯하다. 그리고 솔직히, 혼자가 편하다. 여자는 시간이 없다는 말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여자는 시간이 없다. 늦으면 애도 못 낳는다." 알고 있다. 35살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 하지만 지금 결혼하면 내 회사는 어떻게 되냐. 2년 동안 만든 거다. 고객도 있고, 수익도 나온다. 이제 막 MRR 350만원 찍었다. 500 가려면 지금이 중요하다. 결혼하고 나면 집안일, 육아, 가족 이벤트. 시간이 다 쪼개진다. 지금도 혼자 일하는데 벅차다. 거기에 가족까지 더하면? 불가능하다. 남자친구는 말한다. "회사 정리하고 취직하면 안 되냐?" 2년을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가라는 건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혼자 결정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직장 다닐 때는 편했다. 상사가 있고, 팀이 있고,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이거 해도 될까요?" "ㅇㅇ해봐." 지금은 다 내가 정한다. "결혼할까, 말까." "회사 키울까, 정리할까." "직원 뽑을까, 혼자 갈까." 답이 없다. 정답도 없다. 트위터 커뮤니티에 물어봤다. "여자 솔로프리너 중에 결혼하신 분 있나요? 어떻게 하셨어요?" 답변이 몇 개 왔다. "저는 회사 정리했어요. 후회는 안 해요." "저는 결혼 안 했어요. 회사가 우선이었어요." 둘 다 맞는 것 같다. 둘 다 틀린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항상 걱정한다. "혼자 살면 외롭잖냐." "아프면 어떡하냐." "늙으면 누가 돌보냐." 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외롭다. 혼자 일하니까 대화 상대가 없다. 남자친구도 주말에만 만난다. 아프면 회사가 멈춘다. 지난달에 독감 걸렸을 때 3일 동안 CS 못 했다. 고객들이 이탈했다. MRR이 10만원 줄었다. 부모님 말이 다 맞다. 그래도 결혼은 답이 아닌 것 같다. 결혼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나. 아니다. 회사는 여전히 내 책임이다. 결혼해도 고객은 문의한다. 차라리 직원을 뽑거나, 투자를 받거나, 팀을 만들거나. 그게 먼저인 것 같다.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에 답이 없다 솔직히 모르겠다. 결혼하고 싶긴 하다. 남자친구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회사가 지금 중요하다. 2년 동안 만든 걸 놓고 싶지 않다. MRR 500 찍으면 여유가 생긴다. 직원도 뽑을 수 있다. 그때 가서 생각해볼 수 있다. 부모님은 이해 못 한다. "돈보다 가정이 중요하다." 나한테는 지금 둘 다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결혼이 가정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혼자 사는 것도 하나의 삶이다. 엄마가 다시 전화한다. "그래서, 결혼은?" "아직이요. 바빠요." "매번 그 말만 하네." 할 말이 없다.결혼은 언제 할지 모르겠다. 회사가 먼저다.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