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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Dec, 2025
노션에 기록하는 모든 것. 언젠가 팀이 생기면 쓸 거야
노션에 기록하는 모든 것. 언젠가 팀이 생기면 쓸 거야 새벽 2시, 노션 페이지 145개 새벽 2시다. 잠이 안 온다. 노션을 켰다. 페이지가 145개다. 나 혼자 쓰는 공간인데. "고객 CS 가이드", "제품 로드맵 2025", "마케팅 콘텐츠 캘린더", "버그 트래킹", "회의록 템플릿". 회의록이라니. 나 혼자인데 누구랑 회의를 해. 남자친구가 지난주에 물었다. "노션에 뭐 그렇게 써? 일기야?" 아니다. 일기보다 더 복잡하다. 매뉴얼이다. 프로세스다. 문서화다. "나중에 팀 생기면 쓸 거야." 입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다. 근데 진짜 팀이 생길까.혼자인데 문서화하는 이유 처음엔 안 했다. 머릿속에 다 있었다. 고객 CS? 그냥 답하면 되지. 버그? 고치면 되지. 마케팅? 떠오르는 대로 쓰면 되지. 근데 3개월 지나니까 기억이 안 났다. 저번에 저 고객한테 뭐라고 답했더라. 이 버그 왜 생긴 거더라. 지난달 트위터 전략이 뭐였더라. 머릿속은 RAM이다. 재부팅하면 날아간다. 그래서 시작했다. 모든 걸 기록하기로. 고객이 문의하면 답변 전에 노션 '고객 CS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다. 문의 내용, 답변, 해결 여부. 나중에 패턴 찾으려고. 버그가 생기면 '버그 트래킹' 페이지에 적는다. 언제 발견했는지, 어떻게 재현되는지, 어떻게 고쳤는지. 나중에 또 생기면 참고하려고. 마케팅 콘텐츠 올리기 전에 '콘텐츠 캘린더'에 적는다. 어떤 메시지, 어떤 채널, 반응이 어땠는지. 나중에 뭐가 먹혔는지 보려고. "나중에"가 많다. 나중에 팀이 생기면. 나중에 직원이 오면.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근데 나중이 오긴 올까. 트위터에서 본 말 트위터에서 누가 이렇게 썼다. "Solo founder인데 팀처럼 문서화하는 건 미래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회피하는 거다. 지금 당장 팔아야 할 걸 정리하는 데 시간 쓰는 거다." 읽고 뜨끔했다. 맞는 말인가. 나는 지금 성장을 회피하는 건가. 문서 만드는 시간에 기능 하나 더 만들면 고객이 늘 텐데. 노션 예쁘게 꾸미는 시간에 영업 콜 10개 더 하면 MRR이 오를 텐데.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정리 안 하면 나중엔 더 못 한다. 고객이 200명, 300명 되면 그때 가서 어떻게 정리해. 지금도 벅찬데.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문서화가 좋다. 혼란스러울 때 정리하면 마음이 편하다. 혼자 하면 기준이 없다. 뭐가 맞는지 모른다. 근데 노션에 적어놓으면 기준이 생긴다. "우리는 이렇게 한다"가 생긴다. 나 혼자여도.실제로 쓰긴 하냐 쓴다. 진짜로 쓴다. 일주일에 한 번 '주간 회고' 페이지를 연다. 나 혼자 회고한다. 이번 주에 뭐 했는지, 뭐가 잘됐는지, 뭐가 안 됐는지. 처음엔 어색했다. 나한테 보고하는 느낌. 근데 몇 달 하니까 패턴이 보였다. "고객 CS에 시간 너무 많이 쓴다" - 3주 연속 나왔다. 그래서 FAQ 페이지 만들었다. 문의가 30% 줄었다. "기능 개발은 빠른데 홍보를 안 한다" - 5주 연속. 그래서 트위터 콘텐츠 캘린더 만들었다. 일주일에 3번은 무조건 올리기로. 혼자 일하면 객관적인 피드백이 없다. 근데 기록은 거짓말을 안 한다. 내가 뭐에 시간 쓰는지, 뭐를 회피하는지 다 나온다. 그리고 '고객 인터뷰 노트' 페이지. 고객이랑 통화할 때마다 적는다. 뭐라고 했는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어떤 기능 원하는지. 지난달에 한 고객이 "예약 변경 기능 좀 쉽게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 그때는 "네, 참고할게요" 하고 넘겼다. 근데 노션 보니까 같은 얘기가 8명한테서 나왔다. 그래서 바로 만들었다. 3일 걸렸다. 고객들이 좋아했다. MRR이 20만원 올랐다. 노션 안 썼으면 몰랐을 거다. 기억은 편향된다. 기록은 팩트다. 팀이 생기면 정말 쓸까 솔직히 모르겠다. 팀이 생길 거라고 확신이 없다. 지금도 괜찮다. MRR 350만원이면 나 혼자 먹고살긴 한다. 직원 뽑으면 월급 줘야 한다. 최소 연봉 4000만원. 세금 포함하면 5000만원. 1년에 5000만원 더 벌어야 한다. 지금 연 매출이 4200만원인데. 그리고 직원이 오면 설명해야 한다. 지시해야 한다. 관리해야 한다. 혼자 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럼 왜 문서화하냐고? 두 가지 이유다. 첫째, 진짜로 팀이 생기면 빠르다. 지금 150시간 쓰나, 나중에 500시간 쓰나. 투자 회수율이 좋다. 둘째, 나 자신이 팀이다. 6개월 전의 나, 지금의 나, 6개월 후의 나. 다른 사람이다. 6개월 전 내가 만든 기능을 지금 내가 고칠 때 주석이 없으면 난리다. 노션은 미래의 나를 위한 거다. 미래에 팀이 오든, 안 오든.그래도 외롭긴 하다 노션 '회의록 템플릿' 페이지가 있다. 한 번도 안 썼다. 회의할 사람이 없다. 나랑 나랑 회의는 그냥 생각이다. 근데 템플릿은 만들어뒀다. "회의 일시", "참석자", "안건", "결정 사항", "다음 액션". 왜 만들었냐고? 모르겠다. 만들고 싶어서. 언젠가 누군가랑 회의할 날이 올 거라고 상상하면서. 트위터에서 다른 솔로프리너가 이렇게 썼다. "나는 노션에 우리라고 쓴다. 아직 나 혼자지만. 'We will launch this feature' 이렇게. 기분이 덜 외롭다." 공감했다. 나도 가끔 그렇게 쓴다. "우리는 고객 CS를 24시간 내에 답한다." 나 혼자인데 우리. "우리 제품의 비전은..." 나 혼자인데 우리. 문서화는 외로움을 덜어준다. 혼자여도 시스템이 있으면 회사 같다. 조직 같다. 착각이다. 근데 착각도 때론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냐, 회피냐 결론 내렸다. 둘 다다. 미래를 위한 투자 맞다. 팀이 오든, 안 오든. 6개월 후 내가 쓴다. 근데 회피도 맞다. 영업 전화 돌리기 싫을 때 노션 정리한다. 새 기능 개발 막막할 때 문서 예쁘게 꾸민다. 생산적인 procrastination이다. 미루는 건데 뭔가 하는 것 같다. 근데 그게 나쁜 건가. 혼자 일하면 번아웃 온다. 쉴 수가 없다. 쉬면 죄책감 든다. 근데 노션 정리는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다. 중간이다. 마음이 편하다. 정리하면서 생각 정리도 된다. 다음에 뭐 할지 보인다. 완벽한 투자는 아니다. 근데 완전한 낭비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다. 오늘도 쓴다 새벽 3시가 됐다. 노션 페이지가 146개가 됐다. 방금 "블로그 콘텐츠 아이디어" 페이지 하나 추가했다. 앞으로 쓸 글 주제 10개 적었다. 팀이 생기면 쓸까? 모르겠다. 그냥 쓴다. 쓰면 마음이 편하다. 혼란이 질서가 된다. 언젠가 누군가 이 페이지들을 볼 날이 올까. 직원이, 공동창업자가, 인수한 회사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 근데 상관없다. 지금 당장 미래의 나를 위해 쓴다. 6개월 후 내가 고마워할 거다. "아, 그때 정리해뒀네." 그거면 된다. 혼자여도 팀처럼 일한다. 착각이 아니라 전략이다.노션 페이지 146개. 나 혼자 쓰는 회사 매뉴얼. 외롭지만 체계적이다. 그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