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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남자친구와의 시간, 평일은 제 시간이 없어요

주말은 남자친구와의 시간, 평일은 제 시간이 없어요

금요일 밤 10시, 또 미안하다는 메시지 "오빠 미안, 고객사 CS 터졌어. 내일 브런치는 힘들 것 같아." 보내고 나서 한숨 나왔다. 이번 달만 세 번째다. 남자친구는 "괜찮아^^"라고 답했지만 괜찮을 리 없다. 나도 안다. 금요일 저녁 9시. 정상적인 연인이라면 데이트 약속 잡거나 영화 보러 갈 시간. 나는 노트북 앞에서 결제 오류 디버깅 중이다. 고양이만 옆에서 하품한다.솔로프리너 2년 차, 연애 2년 차. 둘 다 소중한데 둘 다 제대로 못 하는 기분이다. 주말은 남자친구 시간, 평일은 내 시간이 없다 토요일이 되면 나는 '일 안 하는 사람'이 된다. 노트북 덮고, 슬랙 알림 끄고, 고객 문의는 월요일에 답한다고 자동응답 켜둔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집중한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산책하고, 그의 회사 이야기 듣는다. 그는 대기업 마케터다. 야근해도 주말은 칼퇴다. 부럽다. "요즘 일은 어때?" 물으면 대충 "괜찮아, 바쁘지"라고 넘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가 이해 못 한다. MRR, CAC, 리텐션. 이런 단어들. 일요일 저녁 7시. 헤어질 시간이다. 그는 "이번 주도 화이팅"이라고 한다. 나는 웃으며 손 흔든다. 집 돌아오면 월요일 모드다. 밀린 CS 확인, 이번 주 개발 일정 체크, 트위터에 주간 빌딩 로그 정리. 주말이 끝났다. 아니, 내 주말은 일요일 밤 8시에 끝난다.평일은 어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니 토요일 새벽까지. 내 시간이라는 게 없다. 혼자 일하면 자유롭다고? 거짓말 "창업하면 자유로울 줄 알았어요." 솔로프리너 모임에서 다들 하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출퇴근 없고, 상사 없고, 회의 없고. 자유롭다. 맞다. 대신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 화요일 새벽 2시. 서버 다운 알림이 왔다. 일어나서 복구했다. 30분 걸렸다. 다시 잠들지 못했다. 수요일 오후 3시. 고객사에서 "긴급 기능 추가 가능한가요?" 원래 일정에 없던 일이다. 거절하면 이탈할 것 같다. 승낙했다. 이번 주 개발 일정 다 밀렸다. 목요일 저녁 8시. 남자친구한테 전화 왔다. "저녁 먹었어?" 안 먹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다. 라면 끓여 먹으며 코딩했다. "응, 먹었어." 거짓말했다. 금요일 밤 11시. 이번 주 목표 달성 못 했다. 다음 주로 미뤘다. 또 미뤘다. 언제 끝나나.자유는 맞다. 대신 쉴 자유가 없다. "언제 한번 만나자"가 3개월째 친구들이 모임 만들었다. 대학 동기들. "다음 주 금요일 7시 홍대" 카톡 왔다. "나는 힘들 것 같아ㅠ 다음에!" 보냈다. 세 번째다. 한 친구가 따로 메시지 보냈다. "너 요즘 왜 그래? 바빠도 너무 바쁜 거 아냐?" 뭐라 답할까 고민했다. "회사 다니는 게 아니라서 시간 관리가 어렵다"? "혼자 하니까 일이 끝이 없다"? "ㅇㅇ 미안 조만간 꼭 보자" 이렇게 답했다. 조만간이 언제인지 나도 모른다. 남자친구 친구들 모임도 비슷하다. "여자친구도 데려와" 초대받는다. 나는 못 간다. 평일 저녁 약속은 불가능하다. CS 터지면 어쩌나. 고객 문의 오면 어쩌나. 결국 남자친구 혼자 간다. "괜찮아, 다음에 와" 그가 말한다. 괜찮을 리 없다. 그의 친구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말에도 항상 둘이만 만난다. 그의 시간, 내 시간.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다. 우리 관계가 섬 같다. 사랑도 스케일업이 안 된다 고객사가 120개 넘었다. MRR 350만 원.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 뿌듯하다. 근데 연애는 스케일업이 안 된다. 시간을 쪼개면 쪼갤수록 품질이 떨어진다. 남자친구와 통화할 때, 한쪽 귀로는 슬랙 알림 듣는다. 데이트 중에도 핸드폰 계속 확인한다. "급한 거야?" 그가 묻는다. "아니야" 거짓말이다. 지난달에 싸웠다. 큰 싸움. "나한테 집중 좀 해줄래? 만날 때만큼은." 그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일이 그렇게 안 돌아가." 내가 답했다. "그럼 직원 뽑으면 되잖아." "돈이 어디 있어. 그리고 혼자 하는 게 편해."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해?" 할 말 없었다. 사실 그 순간만큼은 일이 더 중요했다. 고객사 이탈하면 매출 줄어든다. 그건 내 생존이다. 사과했다. 많이 했다. "내가 잘못했어. 노력할게." 근데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주말만 만난다. 여전히 평일엔 연락 뜸하다. 여전히 약속 미룬다. 투자받으면 달라질까 가끔 생각한다. 투자받으면 직원 뽑고, 나는 좀 숨 쉬고, 연애도 제대로 하고. 근데 투자 시작하면 더 바빠진다. 아는 선배가 그랬다. "투자받고 나서 더 못 쉬어. 투자자한테 보고해야 하고 성장 압박 있고." 그럼 직원 뽑으면? 관리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혼자 하는 게 편한 이유가 그거다. 설명 안 해도 되니까. 결국 이 구조는 안 바뀐다. 내가 바뀌지 않는 한. 남자친구는 말한다. "너 일 좀 줄여. 건강 망가진다." 맞다. 근데 못 줄인다. 고객사 한 곳이라도 이탈하면 불안하다. 매출 떨어지는 게 무섭다. 성장 안 하는 게 무섭다. 이게 솔로프리너의 딜레마다. 자유를 위해 시작했는데, 자유가 없다. 돈을 벌지만, 시간이 없다. 사랑하는데, 사랑할 여유가 없다. 주말 데이트, 평일 고독 일요일 저녁,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온다. 고양이가 반긴다. 노트북 켠다. 한 주가 시작된다. "이번 주는 덜 바쁠 거야. 약속 꼭 지킬게." 그에게 메시지 보낸다. 월요일 아침 9시. 고객 문의 37개 쌓였다. 이번 주도 바쁘다. 화요일 오후. 새 기능 개발 막혔다. 스택오버플로우 뒤진다. 밤 11시까지 걸렸다. 수요일 저녁. 남자친구한테 전화 왔다. "잘 지내?" 목소리 피곤해 들린다. 나도 피곤하다. "응, 잘 지내. 오빠는?" "나도. 이번 주말에 보자." "그래. 보자." 끊고 나서 생각한다. 우리 대화가 점점 짧아진다. 목요일 새벽 1시. 침대에 누웠는데 잠 안 온다. 생각한다. "이 관계 지속 가능한가?" 금요일 밤. 이번 주 CS 마무리했다. 개발 일정은 또 밀렸다. 남자친구한테 메시지 온다. "내일 몇 시에 만날까?" "11시 어때?" 답한다. "좋아. 푹 쉬어^^" 노트북 덮는다. 주말이다. 이틀은 그의 시간이다. 다섯 일은 내 시간이 아니다. 선택할 수 없는 것들 솔로프리너 트위터에 이런 글 봤다. "사업과 연애, 둘 다 잘하는 사람 있나요?" 댓글들 봤다. 대부분 "없다", "포기했다", "결혼 미뤘다". 한 명이 답했다. "둘 다 하려면 둘 다 70점 받아야 해요. 100점은 불가능." 70점. 받아들일 수 있나. 나는 완벽주의자다. 일도 100점 받고 싶고, 사랑도 100점 받고 싶다. 근데 현실은 일 80점, 사랑 50점이다. 그것도 간신히. 남자친구는 100점 줄 자격 있는 사람이다. 착하고, 이해심 많고, 기다려준다. 나는 그에게 50점밖에 못 준다. 미안하다.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산다. "다음엔 꼭", "이번 주는 좀 나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기다려달라고만 한다. 언제까지? 2년이 지나고 다음 주가 우리 사귄 지 2년이다. 기념일. "뭐 하고 싶어?" 그가 물었다. "오빠가 정해줘. 나 따라갈게." 사실 기념일에도 일정 비우기 쉽지 않다. 그날 고객 문의 오면? 긴급 이슈 생기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여행 갈까? 강릉." 망설였다. 2박 3일. 노트북 가져가야 하나. 아니면 정말 다 끄고 갈까. "좋아. 가자." 결정했다. 이번 한 번은 진짜 일 끈다. 고객들한테 공지 올린다. "11월 X일~X일 CS 불가, 긴급 이슈는 X일 이후 처리" 이렇게. 무섭다. 이틀 일 안 하면 무슨 일 생길까. 근데 안 하면 남자친구 잃을 것 같다. 트레이드오프다. 사업 성장 vs 관계 유지. 이번엔 관계를 선택한다. 답은 없다, 그냥 버틴다 솔로프리너 하면서 연애한다는 것. 쉽지 않다. 혼자 일하면 시간 자유롭다고? 거짓말. 24시간이 내 책임이다. 직원 있는 회사는 칼퇴근 가능하다. 나는?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남자친구는 이해한다고 한다. 근데 이해와 수용은 다르다. 언젠가 한계가 온다. 나도 한계다. 일도 하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다. 둘 다 놓치기 싫다. 답은 모르겠다.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까? 모른다. 직원 뽑으면 나아질까? 모른다. 투자받으면 달라질까? 모른다. 그냥 버틴다. 주말에 최선을 다해 그를 만난다. 평일엔 최선을 다해 일한다. 언젠가 균형 찾을 날이 올까. 오면 좋겠다.주말은 그의 것, 평일은 내 것도 아니다. 그래도 둘 다 놓지 않는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