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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 04 Dec, 2025
고객이 120개사 됐는데 왜 혼자가 편해?
고객사 120개인데 직원은 0명 MRR이 350만원 넘었다. 고객사가 120개다. 아침 9시에 일어나면 문의 메일이 15개쯤 와 있다. CS 채널에는 빨간 점 23개. 혼자 다 본다. 누군가는 묻는다. "이제 직원 뽑아야 하는 거 아냐?" 대답은 언제나 같다. "글쎄."직원을 안 뽑는 이유 1: 의사결정 속도 작년 11월이었다. 고객이 새 기능을 요청했다. "예약 취소 시 자동 환불 안 되나요?" 나는 그날 밤 12시까지 개발했다. 다음 날 아침 배포했다. 요청부터 배포까지 14시간. 고객은 놀랐다. "대박 빠르네요." 나도 놀랐다. "회사 다닐 땐 기획회의만 2주였는데." 직원이 있으면 이렇게 못 한다. "이 기능 넣을까요?" 물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맞나요?" 논의해야 한다. "리소스 배분은?" 조율해야 한다. 귀찮다. PM 4년 하면서 질렸다. 회의 지옥. 지금은 오전에 결정하고 오후에 만든다. 이 속도가 내 경쟁력이다. 직원을 안 뽑는 이유 2: 문화 유지 내 회사 문화는 간단하다. "고객이 원하면 바로 만든다." CS 답변은 24시간 안에. 긴급하면 1시간 안에. 이게 내 방식이다. 직원을 뽑으면 이걸 강요해야 한다. "밤 10시에도 답변해 주세요." "주말에도 모니터링 부탁드려요." 말이 안 된다는 거 안다. 나는 내 회사니까 밤새도 괜찮다. 하지만 직원한테는 못 시킨다. 그러면 문화가 무너진다. CS 답변이 느려진다.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다.직원을 안 뽑는 이유 3: 지분과 돈 현실적으로 계산해 봤다. 개발자 연봉: 5000만원 디자이너 연봉: 4000만원 운영 담당: 3500만원 합계: 1억 2500만원. 내 연매출은 4200만원이다. 말이 안 된다. "그럼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은요?" 좋은 사람은 안 온다. 경험상. 실력 있는 개발자는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7000만원 받으면서. 내가 줄 수 있는 건 지분이다. "초기 멤버로 10% 줄게요." 근데 10% 주기 싫다. 솔직히. 혼자 2년 버티면서 만든 건데. 투자도 안 받고, 외주비도 아끼면서, 밤새면서 만든 건데. 10%는 크다. 미래에 회사가 10억짜리가 되면 1억이다. 그 사람이 그만큼 기여할까? 모르겠다. 그런데 외롭다 역설이다. 직원 안 뽑아서 자유롭다. 그런데 외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다. 커피 마시면서 "어제 배포 잘됐어요?" 물어볼 사람이 없다. 점심 먹으면서 "이 기능 어떻게 생각해요?" 논의할 사람이 없다. 저녁에 "오늘 고생했어요" 할 사람이 없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개발하고, 혼자 배포한다. 기쁠 때도 혼자다. 작년 12월, MRR이 300만원 넘었을 때. 와인 한 병 샀다. 혼자 마셨다. 고양이한테 말했다. "야옹아, 우리 300 넘었어." 고양이는 하품했다.트위터가 유일한 동료 요즘은 트위터에 산다. "오늘 신규 가입 3건" "CS 처리 시간 평균 2시간으로 단축" "새 기능 배포 완료" 올리면 반응이 온다. "축하해요!" "대단하시네요" "저도 솔로프리너인데 응원합니다" 이게 유일한 대화다. 동료가 아니다. 알고 보면. 그냥 인터넷에 사는 사람들이다. 얼굴도 모른다. 근데 이게 내 팀이다. 웃긴 일이다. "함께 하실래요?" 메시지 한 달에 2~3번 온다. "관심 있는 분야라 메시지 드렸어요.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대부분 거절한다. 이유는 간단하다.실력을 모른다. 오래 할지 모른다. 일하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근데 가끔 진짜 좋은 사람도 있다. 포트폴리오 보면 잘한다. 메시지 보면 진정성 있다. 그래도 답 못 한다. "같이하면 편할 것 같은데." "근데 자유를 잃을 것 같은데." 이 고민이 3일 간다. 결국 안 한다. 혼자의 한계 사실 안다. 한계를. 고객사 120개 넘어가면서 느낀다. CS가 밀린다. 답변이 늦어진다. 개발 속도가 느려진다. 다른 일이 많아서. 마케팅을 못 한다. 시간이 없어서. 이러다 성장이 멈출 것 같다. 작년 같으면 "혼자도 되는데?"였다. 지금은 "혼자는 안 되는데?"다. 벽이 보인다. 결국은 트레이드오프 정리하면 이거다. 혼자:의사결정 빠름 문화 유지됨 지분 100% 외로움 성장 한계팀:의사결정 느림 문화 흔들림 지분 나눔 덜 외로움 성장 가능성무엇을 선택할까. 아직 모르겠다. 120개사일 때는 혼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150개사 되면 다를 것 같다. 200개사 되면 확실히 다를 것 같다. 그때 가서 생각한다. 지금은 혼자가 편하다 솔직히 말하면. 직원을 안 뽑는 건 능력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다. "이 사람 믿어도 될까?" "3개월 후에도 있을까?" "내 방식을 이해할까?" 확신이 없다. 그래서 혼자 한다. 외롭지만 안전하다. 불편하지만 통제된다. 혼자가 편하다. 진짜로.고객이 늘수록 외로움도 는다. 이 역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직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