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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니까

혼자 결정하니까 확신이 안 선다

혼자 결정하니까 확신이 안 선다

혼자 결정하니까 확신이 안 선다 오늘도 혼자 회의했다 오전 10시. 노션 페이지 열었다. "신규 기능 개발 vs 마케팅 집중" 제목. 장단점 표 만들었다. 왼쪽에 개발, 오른쪽에 마케팅. 1시간 동안 혼자 적었다. 지웠다. 다시 적었다. 결론? 없다. 점심 먹고 다시 봤다. 여전히 모르겠다. 트위터 올렸다. "여러분이라면?" 답글 5개. 3대 2로 의견 갈렸다. 더 혼란스럽다. 저녁 7시. 남자친구한테 전화했다. "나 이거 뭐 하는 게 나을까?" 그가 말했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안다. 내가 더 잘 안다는 걸. 그게 문제다.회사 다닐 땐 몰랐던 것 전 직장에선 PM이었다. 의사결정 구조가 명확했다. 내가 제안하면 팀장이 판단했다. 팀장이 애매하면 이사가 결정했다. 최종은 대표. 책임도 분산됐다. 틀려도 "우리가 잘못 판단한 거죠" 였다. 지금은? 전부 나다. 개발 우선순위. 나. 가격 정책. 나. CS 대응 방식. 나. 마케팅 채널 선택. 나. 틀리면? 내 돈 날아간다. 내 시간 낭비된다. 고객 이탈한다. 책임이 100% 내게 온다는 게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다.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말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 자유와 외로움은 한 세트다.혼자 회의의 악순환 패턴이 있다.결정해야 할 일 생긴다 노션에 페이지 만든다 장단점 쓴다 2일 동안 고민한다 트위터에 물어본다 의견 갈린다 더 혼란스럽다 결국 원점일주일이 간다. 그 사이 경쟁사는 새 기능 3개 출시했다. 나는 아직 장단점 표만 수정 중이다. 결정을 못 하니까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된다. 진행이 안 되니까 불안하다. 불안하니까 더 확신이 안 선다. 악순환이다. 어제는 가격 인상 고민했다. 월 2만원에서 3만원으로. 50% 인상이다. 고객 이탈할까? 아니면 당연히 받아들일까? 비교 대상이 없다. 다른 창업가들 물어봤다. "해봐야 알지." 도움 안 된다.상의할 사람이 없다는 것 공동창업자 있는 친구가 부럽다. "어제 밤새 파트너랑 싸웠어. 방향성 때문에." 부럽다고 했더니 이상하게 봤다. 싸울 사람이라도 있다는 게 좋다. 반대 의견 들을 수 있다는 게. 나는 내 의견에만 갇혀 있다. 어드바이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봤다. 월 50만원. 월 1회 미팅. 비싸다. 그리고 내 사업을 얼마나 이해할까. 결국 안 했다. 부모님한테는 못 물어본다. "그냥 취직해라" 나온다. 남자친구는 다른 업종이다. "네 판단 믿어" 라는 말만 한다. 트위터 팔로워들? 친하지 않다. DM 보내기 부담스럽다. 멘토 찾기 프로그램?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아직 단계가 이르다"래. 결국 나만 있다. 작은 결정도 어렵다 큰 결정만 문제가 아니다. 작은 것도 힘들다. 블로그 톤앤매너. 반말? 존댓말? 2주 고민했다. 로고 색상. 파란색? 초록색? 디자이너한테 5번 수정 요청했다. 미안했다. CS 답변 템플릿. "고객님" vs "000님". 하루 고민했다. "이런 거까지 고민해?" 싶겠지만, 전부 브랜드다. 전부 고객 경험이다. 틀리면 이미지 망가진다. 혼자니까 확인받을 곳이 없다. 세컨드 오피니언이 없다. 그래서 과하게 고민한다. 시간이 두 배로 든다. 효율이 떨어진다. 확신 없이 결정하는 법 그래도 결정은 해야 한다. 안 하면 회사가 안 굴러간다. 나만의 방법 생겼다. 1. 48시간 룰 이틀 안에 결정 못 하면 무조건 한다. 완벽한 답은 없다. 빠른 실행이 낫다. 2. 되돌릴 수 있는가 되돌릴 수 있으면 일단 한다. 가격 인상? 다시 내리면 된다. UI 변경? 롤백 가능하다. 되돌릴 수 없는 것만 신중히. 직원 채용, 큰 계약, 지분 관련. 3. 최악의 시나리오 최악의 경우 뭐가 날아가나? 돈? 시간? 고객? 견딜 수 있으면 한다. 4. 과거 내 선택 믿기 지금까지 내가 한 결정들 되돌아봤다. 반반이다. 반은 잘했고, 반은 틀렸다. 그래도 회사는 굴러간다. MRR 350만원이다. 고객 120개다. 완벽한 결정 안 해도 된다는 증거다. 5. 일기 쓰기 결정한 이유를 노션에 적는다. "왜 이렇게 했는가" 1-2줄. 나중에 틀려도 당시엔 합리적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자책 덜 한다. 확신은 없다. 그냥 한다. 외주 디자이너의 말 가끔 협업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그분도 프리랜서다. 8년차. "윤솔로님은 결정을 빨리 하시네요." 칭찬인 줄 알았다. "아뇨, 고민 엄청 해요." "안 그래 보여요. 피드백 명확하시고." 신기했다. 밖에서 보면 확신 있어 보인다는 거. 속으론 헤매는데 겉으론 괜찮아 보인다. 그게 솔로프리너의 모습인가 보다. 혼자니까 불안해도 결정은 해야 한다. 망설여도 진행은 시켜야 한다. 확신 없어도 확신 있는 척. 그렇게 2년 왔다. 그래도 혼자다 동료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매일. "이거 어떻게 생각해?" 물어볼 사람. "난 이렇게 봤는데" 반박해 줄 사람. 커피 마시면서 "우리 이번 분기 목표 뭘까" 얘기할 사람. 근데 직원 뽑기엔 이르다. MRR 350만원으론 월급 못 준다. 나도 아직 겨우 먹고산다. 공동창업자 찾기엔 늦었다. 지분 나누기 싫다. 솔직히. 그래서 이러고 산다. 혼자 회의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진다. 외롭다. 근데 익숙해진다. 가끔 잘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한다.오늘도 결정 3개 했다. 확신은 없었다. 그냥 했다. 내일 보면 알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