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70만원으로 회사를 꾸린다는 것
- 09 Dec, 2025
월세 70만원으로 회사를 꾸린다는 것
월세 70만원. 서울 원룸. 거실 책상이 회사다.
사무실 없다. 직원 없다. 공과금 10만원. 이게 전부다.
회사라고 부르기 민망하지만, MRR 350만원 나온다. 고객사 120개다. 2년째 굴러간다.
거실 책상이 본사
아침 9시. 침대에서 3미터 걸으면 출근 완료.
모니터 2개, 맥북 1대, 아이패드. 이게 사무실 전부다. 책상 옆에 고양이 집. 유일한 동료.

월세 70만원에 공과금 10만원. 인터넷 3만원. 월 고정비 83만원.
강남 사무실이었으면? 보증금 5천, 월세 200. 관리비 30. 커피머신, 복사기, 인테리어. 최소 3천만원 날렸다.
지금은? 그 돈 없다. 그래서 이렇게 산다.
거실에서 개발하고, 거실에서 CS 답변하고, 거실에서 마케팅한다. 화장실 갈 때 빼고 다 여기다.
효율적이냐고? 모르겠다. 집이 사무실이면 퇴근이 없다. 새벽 2시에도 노트북 켠다. 침대 보이니까.
고정비 제로의 힘
직원 0명. 월급 나갈 돈 없다.
사무실 없다. 임대료 없다. 회의실 없다. 커피머신 없다. 프린터 없다. 명함도 없다.
회계사? 3만원짜리 앱 쓴다. 법무? 구글링. 디자인? 외주 건당 20만원.

매달 나가는 돈.
- 서버비: 15만원
- 도메인/툴: 8만원
- 마케팅: 50만원 (트위터 광고, 콘텐츠 외주)
- 디자인 외주: 20만원 (월 1~2회)
- 기타: 10만원
합계 103만원. 고정비 포함하면 186만원.
MRR 350만원. 순이익 164만원. 생활비 100만원 쓰면 64만원 남는다.
이게 강점이다. 망해도 빚 없다.
큰 회사였으면? 직원 2명만 뽑아도 월 500만원 나간다. 사무실 200만원. 고정비 700만원. MRR 350으로는 못 버틴다. 투자 받거나, 망하거나.
나는 투자 안 받았다. 그래서 자유롭다. 그래서 느리다.
빠르게 못 간다
혼자 하니까 느리다.
기능 하나 추가하는 데 2주. 큰 회사는 3일이면 끝낸다. 개발자 3명, PM 1명이면 되니까.
나는? 기획-디자인-개발-QA-배포 전부 혼자. 2주 걸린다.

고객 문의. 하루 20건. 답변에 2시간.
큰 회사는? CS팀 있다. PM은 개발만 한다.
나는? 오전엔 CS, 오후엔 개발, 저녁엔 마케팅. 밤엔 유튜브 보며 공부.
하루 14시간 일해도 성장 속도는 느리다. 혼자니까.
경쟁사는 직원 5명. 3개월 만에 기능 10개 추가했다. 나는 1년에 4개.
이게 한계다. 속도로는 못 이긴다.
대신 방향을 바꾼다
빠르게 못 가면 똑똑하게 가야 한다.
경쟁사는 기능 많다. 나는 적다. 대신 고객이 진짜 쓰는 것만 만든다.
고객 피드백 매일 본다. 트위터 DM, 이메일, 채팅. 다 읽는다. 직접 답한다.
“이 기능 불편해요” → 3일 뒤 수정. “이거 추가해주세요” → 2주 뒤 배포.
큰 회사는 못 한다. 기획팀 거치고, 개발팀 거치고, 승인 받고. 3개월 걸린다.
나는 혼자니까 빠르다. 의사결정이.
고객 120명 다 안다. 이름도, 업종도, 쓰는 패턴도. 큰 회사는 통계로 본다. 나는 사람으로 본다.
이게 차별점이다.
외로움은 비용에 안 나온다
숫자로는 성공이다. MRR 350, 수익률 47%, 2년 생존.
근데 외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만 있다. “회의 어땠어?” 물어볼 사람 없다.
고민 생기면? 트위터에 쓴다. 댓글 10개 달린다. 고맙다. 근데 옆에서 같이 고민해줄 사람은 아니다.
점심 혼자 먹는다. 저녁도 혼자. 금요일도 월요일도 똑같다.
“직원 뽑으면 되잖아?”
안 된다. 월급 줄 자신 없다. MRR 350으로 직원 1명 뽑으면 내 생활비 줄어든다. 불안하다.
그리고 솔직히 혼자가 편하다. 눈치 안 본다. 설명 안 해도 된다. 퇴근 시간 신경 안 쓴다.
근데 외롭다. 모순이다.
성장의 한계가 보인다
2년 했다. MRR 350 찍었다. 이제 안 오른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여기까지다. 마케팅 더 하면? 고객 늘어난다. CS 못 감당한다. 기능 추가 못 한다.
투자 받으면? 직원 뽑는다. 빨라진다. 근데 지분 나눈다. 압박 받는다. 자유 없어진다.
지금이 천장이다. 월세 70만원 회사의 한계.
MRR 500 찍으려면 사람 필요하다. 1000 찍으려면 팀 필요하다.
혼자로는 350이 끝이다.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도전해야 하나.
그래도 선택은 맞았다
월세 70만원. 거실 책상. 고양이 1마리.
투자 0원으로 2년 버텼다. 빚 없다. 매달 수익 난다. 시간은 자유롭다.
큰 회사였으면? 투자 받고, 직원 뽑고, 사무실 얻고. 지금쯤 시리즈 A 준비하거나, 망했거나.
나는 살아있다. 천천히지만 자란다.
속도는 느리다. 외롭다. 한계 보인다.
근데 내 회사다. 내 시간이다. 내 결정이다.
월세 70만원으로 회사 꾸린다는 건, 빠르게 못 가는 대신 오래 갈 수 있다는 거다.
망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다.
결국은 선택
최소 비용으로 굴린다는 건 성장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성장 방식을 바꾸는 거다.
빠르게 vs 오래. 크게 vs 탄탄하게. 투자 vs 독립.
나는 오래, 탄탄하게, 독립을 택했다.
월세 70만원은 약점이자 강점이다.
작으니까 느리다. 작으니까 오래 간다.
MRR 350이 끝이 아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의 끝이 350일 뿐이다.
다음 단계 가려면 도움 필요하다. 인정한다.
근데 그건 내가 선택할 타이밍에 한다. 투자자가 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늘도 거실 책상에서 일한다. 모니터 2개 켜고, 커피 내리고, 고양이 밥 주고.
고객 문의 15건 왔다. 답한다. 기능 버그 1건. 고친다. 마케팅 콘텐츠 1개. 쓴다.
저녁 7시. 남자친구한테 문자 온다. “저녁 뭐 먹어?” “김치찌개.” “나도.”
밤 10시. 노트북 닫는다. 오늘도 회사 굴렸다.
월세 70만원 본사. 직원 0명 스타트업. MRR 350만원 비즈니스.
작지만 내 거다. 느리지만 단단하다.
내일도 여기서 일한다.
작게 시작해서 오래 가는 게 목표다. 빠르게 크는 건, 나중에 생각한다.
